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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참교육부터 사칭까지, 우리들의 부끄러운 민낯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1. 1. 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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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참교육부터 사칭까지, 우리들의 부끄러운 민낯

 

대학생 선플기자단 김 건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는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적 법 감정과 실제 처벌 규정 간의 괴리로 인해 인해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명 조두순 격리법’ - ’보호수용법제정을 강력히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약 8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2017, 2018년 조두순의 출소를 금지해 달라는 청원은 각각 2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서는 지난 923일 중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격리 및 교화를 명목으로 보호수용법을 발의했다. 사회가 해당 사안을 얼마나 주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두순 출소 직후, 실망스러운 시민들의 행태

그런데 뜻밖에도 조두순에 대한 사회적 관심 및 건설적 논의는 조두순의 출소와 함께 1차원적 분노 표출과 상업행위로 전락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출소 당일이던 지난 12, 유튜버들이 참교육을 명목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이다.

조두순의 출소 몇 달 전부터 그가 출소하면 직접 찾아가 보복하겠다고 예고하는 유튜버들이 나타났다. 이들이 올린 영상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적개심과 자극성만이 가득했고, 제목은 출소하면 죽이러 가겠습니다”, “만나면 뒤통수를 때려주겠다등 사회적 공분을 부추겨 조회 수 확보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어느새 왜 우리가 조두순에게 분노해야만 하는지, 사회적으로 어떠한 건강한 논의를 할 수 있을지 등은 뒤로 밀려있었다. 피해자 나영이와 그의 가족들에 대한 공감과 안타까움이 상업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쇼로 가득한 린치 현장, 동조하는 누리꾼들

  출소 당일, 이미 예고한 대로 구치소 앞에는 수많은 유튜버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시민들과 한데 뭉쳐 호송 차량에 달걀을 던지고, 심지어 차 지붕 위에 올라가거나 창문을 발로 차 차량을 훼손하는 등 돌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실시간 중계중인 셀카봉이 들려 있었다.

자극적인 상황을 카메라에 담아 실시간으로 자신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호송 이후에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극적인 사적 보복은 계속됐다. 누군가는 가스 배관을 타고 벽에 오르다가 연행됐고, 경찰 차량을 몸으로 막고 웃통을 벗어 던진 이도 붙잡혔다. 몇몇 유튜버는 결국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사회적 공분에 편승하여 공권력을 대신해 조두순을 응징하겠다고 나선 이들의 무모함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편 이로 인한 논란이 무색하게 해당 유튜버 중 한 명은 이러한 참교육 방송을 통해 3일간 약 1,700만원의 수익을 벌어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송출 3일째에는 영상 조회 수가 700만에 육박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관심받으려고 한 행동들이 다 위법행위라고 지적했지만, 이러한 현상은 결국 유튜버들의 쇼에 대부분의 누리꾼들이 동조하였음을 의미한다.

 

조두순 응징? 피해자는 다름 아닌 시민과 경찰

문제는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시민들과 애먼 경찰이었는 것이다. 시민들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조두순의 거주지를 지키게 된 경찰은 시민들과 유튜버들로 인해 각종 조롱은 물론 달걀 세례를 맞아야 했다.

해당 경찰은 다 같은 마음이다, 무슨 마음인지 알겠지만 그만하자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네가 유튜버들의 '놀이터'가 되면서 인근 거주민들의 피해도 속출했다. 소음 문제는 물론, 쓰레기 투기, 건물 무단 침입 등 심각한 피해가 일어났다.

한편 조두순 거주지 인근 촬영물들이 모자이크 처리도 되지 않은 채 방영되고 있어 주민들은 사생활 침해 및 노출에 놀라기 일쑤였다. 최근까지 이와 관련된 민원 신고 접수만 모두 백여 건이 넘어섰다. 심지어 조두순 집 근처에서 촬영하는 유튜버에게 시끄럽다고 주민이 직접 항의하자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오냐"며 오히려 큰소리치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조두순 사칭 장난까지, 고통받는 안산시

피해가 지속되자 안산시는 "조두순을 흥밋거리나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유튜버들은 안산을 당장 떠나기 바란다"고 호소하며, 유튜브에 관련 영상 삭제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조두순 거주지 주민자치 위원장 등 자치단체는 지난 14일 안산단원경찰서에 "유튜버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며 경찰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편 최근 인터넷상에 조두순의 사칭 장난이 등장해 안산 시민들은 다시 한번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지역 봉사단체 홈페이지에 조두순님이 가입했습니다. 댓글로 반갑게 인사해주세요라는 알림이 올라온 것이다.

가입자의 이름은 趙斗淳(조두순)’, 프로필엔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되었던 조두순의 얼굴 사진이 사용됐다. 운영진은 해당 가입 신청자를 탈퇴 처리하고 커뮤니티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경찰은 해당 가입 신청이 조두순의 사진을 이용한 장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성범죄자 알림e’에 있는 정보를 퍼 나르는 것은 불법이라며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공개된 정보들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범죄 알림e에 게시된 정보를 신문·잡지 등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에 공개하거나 공개정보를 수정·삭제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집단 분노 표출과 유흥은 또다른 피해를 낳을 뿐, 피해자 먼저 생각하길

조두순 출소 이후 일어난 일련의 현상들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조두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감안할 때 이성적이고 건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해서 일련의 현상들을 모두 문제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분노 표출의 과정에서 안하무인으로 애먼 경찰과 인근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친 이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아동 성범죄자를 상업적 이익의 수단으로 삼고 그에 동조한 누리꾼들도 문제다. 해당 이슈와 전혀 무관한 봉사단체에까지 장난을 치는 누리꾼의 모습은 특히 우리가 조두순 이슈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조두순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고통이 상기되었을 피해자와 가족들은 가장 멀리 소외되었다는 사실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나영이네' 가족은 모든 것을 잊고 건강하게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안산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고 한다. 나영이 주치의이자 후견인 역할을 하는 신의진 연세대 교수에 따르면 나영이는 지금 대학 생활을 너무 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나영이는 자신이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을 끝까지 주변 사람들이 몰랐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는 당부도 전했다. 유튜버들을 비롯해 누리꾼들의 도를 넘는 행태가 누군가의 일상을 파괴하고, 피해자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이켜 봐야 한다. 범죄자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미명 하에 자신들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삼는 대신 피해자에 공감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배려해야 한다. 더불어 성범죄 및 강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된 현시점에서 근본적인 범죄 예방 정책, 피해자 지원 정책 등 실효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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