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악마의 편집, 그 논란의 중심은?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1. 1. 4. 15:26

본문

반응형

악마의 편집, 그 논란의 중심은? 


대학생선플기자단 최지묵



  지난 18일, ‘프로듀스101’ 프로그램의 투표 조작혐의로 기소된 담당 PD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이 방영된 Mnet을 포함한 방송국의 편파적인 방송, 일명 ‘악마의 편집’ 논란에 대해 재조명되고 있다. 

악마의 편집은 흔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로 사용하는 편집 방식 가운데 하나이다. 극적인 상황을 연출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반응을 보이게 한다. 아래의 <자료 1>은 방송 편집 기법 중 하나로 ‘프레이밍(framing)’ 을 나타낸다. 피해자가 자칫 가해자로 둔갑하는 이 현상을 볼 때, 방송사의 악의적 편집은 일반 시청자들에게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 

프레임효과


 

이 외에도 방향성 있는 자막이나 내레이션을 첨가해 제작진의 의도대로 상황을 이끌 수가 있다. 지난 2월 종영한 드라마 ‘스토브리그’ 속 인터뷰 장면 일부를 편집하는 모습으로, 여론몰이를 위한 방송사의 편집방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금껏 등장한 피해 사례는?

 ‘프로듀스 101’과 같은 경연 프로그램이 많은 Mnet의 경우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를 들 수 있다. 슈스케 시즌2의 김그림과 시즌3의 신지수는 악의적 편집에 따라 마녀사냥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시즌3 방송을 통해 신지수를 접한 시청자를 생각하면, 그녀의 실력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방송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인성 문제가 더 큰 관심사였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팀원이 말하려는 순간, 말을 끊고 팀장이 이어서 말한다면 누구라도 그 사람이 이기적이고 독재적이며 권위적이라 생각할 것이다. 

또한 시즌2에서 ’힙통령‘이라 불리며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던 장문복 역시 당시 받은 상처를 토로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슈스케는 연예인들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냐”며 “평범한 이들에 대한 제작진의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조작 편집 논란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심정은 그 상황에 처해 본 사람만이 알 것” 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힙합의 열풍에 힘입은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 모두 크고 작은 방송 편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위 사례로 언급한 프로그램은 모두 경연 프로그램이다. 누군가는 떨어지고 누군가는 인기를 얻고 살아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들이 특정 인물을 밀어주기 위해 악의적으로 편집한다면, 그 결과 역시 제작진들의 의도가 담길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프로듀스101‘ PD처럼 실형을 사기도 한다.

악마의 편집, 시청자는 속기만 해야 하나…

 우리가 흔히 부르는 악마의 편집은 본래 ‘쿨레쇼프 효과’에 그 기저를 두고 있다. 구 소련의 영화감독이었던 레프 쿨레쇼프가 주창한 편집 방식으로, 문맥에 의한 쇼트의 연결에 따라 의미가 변화됨을 주장한다. 앞서 언급한 슈스케 사례처럼 장면의 일부를 의도에 따른 연결해 전혀 다른 의미를 빚어낸다는 것이다. 지금껏 많은 논란이 있었음에도 악마의 편집이 숱하게 지속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화제성과 시청률일 것이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비판이 있더라도 편집을 할 수 밖에 없도록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악마의 편집은 유독 약자에게 가혹하다. 인지도가 있는 사람은 사전 조율을 거치는 편이지만 출연 기회 자체가 중요한 약자들은 전권을 제작진에 맡기기 때문에 피해가 반복된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원칙상 출연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방송에 나갈지 사전 동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잘못된 방송 관행으로 모든 연출권이 PD에게 있고, 출연자는 이에 이의를 제기하면 눈치를 봐야하는 풍토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최고의 업그레이드는 순정이라는 말처럼 편집을 하지 않을수록 그 영상이 지닌 의미가 그대로 전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의도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는 이상, 개인적인 취향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시청자의 입장에서 방송이 전하는 바를 완전히 걸러 듣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설령 프로그램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이에 따른 논쟁은 비판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영상 속 제작진의 의도가 무엇인지 말이다. 

장문복의 영상은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는 비웃음과 조롱이 섞여 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을 어린 소년에게, 악의적인 편집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안겨주었다. 즐길 수 있다. 웃고 떠들며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에 손가락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 모든 것이 누군가로부터 악의적으로 의도된 것은 아닐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