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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돋보기] 실질적 평등과 역차별 사이···바뀐 ‘지방대 육성법’, 그 취지와 근거는

사회 문화

by 코끼리코라우 2021. 8. 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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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돋보기] 실질적 평등과 역차별 사이···바뀐 ‘지방대 육성법’, 그 취지와 근거는

대학생 선플기자단 김 건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 중 하나는 ‘공정’이다. 정부가 실질적 평등을 기치로 잇따른 정책을 발표했으나, 역차별 논란과 능력주의 위반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특히 청년 세대 내 젠더 갈등, 공직 채용 논란 등이 심화되어 ‘공정과 평등’에 대한 논쟁이 극에 달했다. 이러한 가운데, ‘선플 기사’의 애독자인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공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역차별인데?”, “이게 그들이 말하는 공정이네”, “한심하다. 실력이 되고 머릿속에 든 게 있어야지”, “제2의 인국공이네” “입시 너무 자주 바뀌고 혼란스러워요” “의대의 병신화”···. 올 6월 2일, 교육부가 새로이 제시한 이른바 ‘지방대육성법’에 관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이처럼 각종 기사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지방대학 및 지방 소재 전문대학원의 의ㆍ약ㆍ간호계열 진학에 있어 의무 할당제를 도입해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입시경쟁에서 우대하는 조치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치열한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개정법안은 청천벽력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입법 예고된 법안의 내용은 무엇이며, 왜 학생들은 반발하는 것일까? 또 이번 개정에 대한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분노한 학생들의 댓글 포화를 받고있는 이번 개정안을 파헤쳐보자.

법률? 시행령? 지방대육성법?

먼저 복잡한 이름부터 정리해보자. 문제의 개정안의 정식 명칭은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다. 여기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을 ‘지방대육성법’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해당 법률은 지방대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인재를 육성해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에 교육부에서 입법 예고한 법안은 이 법률의 ‘시행령’을 일부 개정한 것이다. 시행령이란 법률을 구체화하는 실천적 제도화 방안을 위임한 하위 법령이다. 다시 말해 법률에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을 직접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법률을 보조할 시행령을 따로 두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법률 시행령이다. 즉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의 내용과 실천적 사항을 구체화해주는 하위 법령으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시행령 제10조의 [별표]’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바뀐 법안 뜯어보니···우대 수준의 확대, 우대 범위의 축소, 우대의 의무화

이제 개정 내용을 알아보자. 시행령 개정안의 내용을 요약하면 ① 지역인재 선발의 의무화(임의조치에서 강제조치로의 전환), ② 지방대학 의ㆍ약ㆍ간호계열 지역인재 선발 비율의 확대(우대 수준의 확대), ③ 지역인재 요건의 구체화(우대 대상 범위의 축소)로 정리된다.

첫째로 개정 전의 법률과 시행령은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과 더불어 지역별 지역인재 모집 ‘권고 비율’을 두어 의ㆍ약ㆍ간호계열의 지방대학 입시에서 지방 출신 학생을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도록 ‘권고 사항’을 제시하였다. 지역별 대학에 지역인재도 선발해줄 것을 권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해 3월 23일자로 법률이 개정되고 6월께 이를 구체화한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지역인재 선발 비율이 ‘의무 비율’로 전환되었다. 다시 말해 지방대학은 앞으로 의무적으로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을 우선 선발해야 한다. 자율적 권고 사항이었던 지역인재 우대조치가 강제성을 지닌 할당제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

둘째로 2020학년도 기준 지역인재 선발 현황에 근거하여 지방대학 의ㆍ약ㆍ간호계열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상향 조정’하였다. 충청, 호남, 대구ㆍ경북, 부산ㆍ울산ㆍ경남의 경우 기존 권고 비율이었던 30%가 의무 비율 40%로 전환되었으며 강원, 제주의 경우 기존 15%에서 20%로 상향되었다. 우대를 받는 지방 학생들의 할당 비율이 확대된 것이다.

셋째로 우대조치의 대상이 되는 지역인재 요건을 보다 구체화하여 우대 대상의 범위를 축소하였다. 종래 ‘해당 지역의 고등학교 졸업자’로 규정되었던 지방대학 의ㆍ약ㆍ간호계열의 지역인재 요건이, 신설된 ‘비수도권 중학교 및 해당 지역 고등학교 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한 자’, ‘본인 및 부모 모두가 해당 지역에 거주한 자’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로 강화된 것이다. 이는 우대조치를 노리고 서울이나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의도적으로 지방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편법을 방지하려는 조치라고 볼 수 있겠다.

이들 중 논란이 되는 것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내용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에 대한 우대조치가 의무화되고 강화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여 우대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역차별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의ㆍ약ㆍ간호계열에서 지방 학생들을 의무적으로 할당케 한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것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숱한 공정 시비 속에서도 ‘지방인재우대제도’라는 것이 시행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평등개념과 사회 공동체적 목표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근거: 기본권의 객관적 질서성과 적극적 평등실현조치

우리 헌법은 국민의 주요 기본권으로서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제 11조 1항 등).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그런데 이러한 평등 개념을 어떻게 규정하고 보호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존재한다. ‘절대적ㆍ형식적 평등’과 ‘상대적ㆍ실질적 평등(비례의 평등)’이 그것인데, 전자가 모든 사람이 모든 면에서 무차별적으로 균등한 상태를 의미한다면 후자는 개인의 차이와 능력의 차이에 따른 사회적 격차를 인정하고 사회의 개입을 통해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헌법의 평등 개념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그러나 기본권에 대한 ‘객관적 질서성’ 개념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이는 기본권은 주관적 공권이면서 헌법 질서의 기본이 되는 객관적 법질서라는 의미인데, 쉽게 풀어 설명하면 기본권이란 ‘국가에 대한 개인의 권리(주관적 공권)’이지만, 동시에 ‘국가공동체의 과제(객관적 질서성)’의 성격도 지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는 ‘기본권’이라는 지침에 따라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하지만 동시에 적극적으로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과제를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기본적으로는 자유를 보장하여 권리를 보호해야 하지만, 누군가의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일종의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비례적 평등을 구현하여 사회구성원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사회 제반의 하나로 ‘적극적 평등실현조치’가 있다. 적극적 평등실현조치란 역사적·사회적으로 차별받아온 일정한 집단의 구성원에 대하여, 그 차별의 결과가 누적되고 구조화되어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실질적으로 평등을 보장하기 어려운 경우에, 차별을 제거하고 실질적인 평등을 실현하고자 마련된 일련의 우대조치를 의미한다. 

해당 조치의 개념만 놓고 보면, 비수도권 소재 대학 출신자 등 지방 거주 학생들을 과연 차별 피해가 역사적으로 누적되고 구조화되어 우대조치가 필수 불가결한 사회적 약자 집단이라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다. 학벌주의와 서열화 등으로 인해 차별 관행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력이란 능력과 노력에 기반하여 결정되는 후천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재판소는 2014년 “일정한 혜택을 통해 종래 차별을 받아온 소수 집단에게 사회 각 영역에서 보다 많은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는 제반 조치”로서 적극적 평등실현조치가 보다 넓은 범위에서 소수집단의 사회 참여와 기회 부여를 위해 준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직접적인 차별피해를 받아온 집단뿐만 아니라 차별피해를 받았다고 간주할 수 있는 ‘소수집단’에 대해서 그 적용범위를 확대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불이익에 대한 보상의 우대조치라고 한정하지 않고, 넓은 범위에서 소수집단이 사회적으로 더 많은 참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조치라고 설명한다는 점에서 우대조치에 대한 개념의 외연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두 번째 근거: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사회 공동체적 지향점

한편, 평등 이외에도 지역 균형발전이라고 하는 국가목적 역시 해당 조치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지역출신 인재를 지역에 머무르도록 하여 지역경제와 사회 인프라를 마련하는 동시에 지방 인프라 구축과 인재 육성의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각 지역 대학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역 불균형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재정자립도의 격차를 들 수 있는데, 세종 본청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방 본청의 자립도는 서울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근원이 되는 지방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대학의 경쟁력 저하와 제반 부족으로 교육여건은 악화되고 있으며, 지역인재는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진단이다. 한편 이러한 불균형은 경제개발 과정에서 국가 개입으로 인해 발생한 인위적 결과이므로, 더욱이 국가가 이를 보정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당 법률을 비롯하여 근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인재할당제’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으나, 해당 우대조치는 어쨌든 균형발전이라는 사회 공동체의 지향점을 달성한다는 측면을 통해서도 정당화되고 있다.

헌법적 타당성에는 여전히 의문, 여러분들의 생각은

이상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이번 지방 출신 학생에 대한 우대조치가 어떻게 법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다. 우리 헌법의 평등 개념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립이 존재하지만, 사법계와 학계는 공통적으로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하는 동시에 적극적 권리 보호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객관적 질서성에 따라 국가는 상대적ㆍ실질적 평등의 수호자가 되며, 적극적 평등실현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다. 

한편, 적극적 평등실현조치는 차별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지 못하는 이들의 권리를 제한하므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나, 사회 저변에서 기회의 균등과 모든 구성원의 사회 참여를 도모하기 위해 넓은 범위에서 인정될 여지가 있다. 또 지역 균형발전은 국가 차원에서 반드시 보정해야 할 사회공동체적 지향점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학벌주의 등 차별 관행을 해소하고 교육의 평등 등을 실현하기 위하여 지방 출신 학생들의 대학 입학 우대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법리적으로도 의문이 남는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평등권에 대한 헌법적 타당성을 심사하는 엄격한 심사기준으로 비례의 원칙이라고 하는 것을 적용하고 있는데,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 균형성이라는 4가지 기준이 그것이다.

지방에 소재하는 학생들을 일부 대학 입시에서 우대하는 것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인지(수단의 적합성), 우대조치의 비적용자와 제3자(학생선발을 담당하는 대학, 채용기관 등)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지는 않는지(침해의 최소성),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추상적 국가목적을 위해 수인(희생)해야 하는 국민의 구체적 기본권이 과하지는 않은지(법익 균형성)가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는데, 이번에 강화된 시행령이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원칙인 공정, 능력주의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된다. 지방 학생의 우대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 역시 사실상 부재하다. 

해당 시행령은 2023년부터 전격적으로 시행된다. 우리는 각자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 중요한 사회 참여자이다. 또한 이 기사를 접하는 여러 학생들은 해당 법안의 영향에 놓인 당사자이기도 하다. 막연하게 분노하거나 안도하기 쉬운 이 문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고, 폭넓은 관점에서의 고민과 함께 각자의 견해를 정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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