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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 플랫폼의 딜레마?... 관리의 부실일까, 신뢰의 한계일까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0. 12. 1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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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 플랫폼의 딜레마?... 관리의 부실일까, 신뢰의 한계일까

- ‘동네 기반 커뮤니티’ 당근마켓 이용 가이드


대학생 선플 기자단 김소이


‘당신 근처의 직거래 마켓.’ 당근마켓은 직거래로 물건을 사고팔거나, 동네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나눔의 장이다.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에 대해 숱한 불신을 깨고 월 1000만 이용자를 기록하며 소셜 네트워킹 어플 인기 순위 1위를 달성하였다. 

코로나로 인해서 사람들의 활동 범위가 좁아졌다는 점, 중고로 물건을 사고파는 것의 경제성, 새로운 소비를 줄여 환경에 주는 긍정적 영향 등 소비자의 여러 트렌드와 맞물려 당근마켓은 갈수록 더 많은 이용자를 끌고 있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판매하는 물건과 정보량이 더 많아지는 플랫폼의 특성상, 최근 사용자들 역시 ‘더 많은 사용자’와 ‘거래 성사율’을 당근마켓의 강점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이 더 많은 사람과 정보를 담으면서 그만큼 더 많은 잡음이 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중고 거래에 대한 대중적인 신뢰도와 직거래를 위한 위치 기반 서비스, 그리고 ‘매너’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맞물려 현 위기를 어떻게 넘길 수 있을까.


당근마켓의 ‘믿을 수 있는 중고 거래’? 


▲ 2015년 2월에는 인터넷 네이버 중고나라에서 ‘벽돌’, ‘물병’, ‘햅반’ 등을 넣어 거짓 판매를 해 온 사기범이 검거되어 구속되기도 하였다.

중고 거래 자체는 이전부터 온라인 플랫폼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다.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들부터 옥션, 알라딘 등 전자 상거래 웹사이트에서도 중고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의 경우 상호 간 신뢰가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구매 전 수많은 인증을 거치며 거래를 이루어내게 된다. 상호간 신뢰를 쌓기 위한 여러 과정을 거치더라도 거짓된 사진을 게시하거나 가짜 계좌를 이용하는 식으로 중고 거래 사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느 중고 거래 커뮤니티와 다른 당근마켓의 장점은 이용자의 위치, 즉 동네를 기반으로 하여 직거래를 주요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어플을 설치하면 먼저 GPS 기능을 통해 위치 인증을 거치게 되고, 이 인증을 거쳐야만 주위의 이웃들과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인증 횟수를 통해 상대방이 동네에서 몇 번의 직거래를 이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 초기 위치 인증 이외에도 동네 주민에 대한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다. 당근마켓이 직거래를 권장하는 이유는 중고 거래 사기가 대부분 택배 거래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판매자와 직접 만나 물건을 보고 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택배나 익명성을 복면으로 이용하는 사기를 쉽게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재거래율이나 인증 횟수 등 매너있는 거래로 측정되는 ‘매너 온도’를 통해서도 신뢰할 수 있는 판매자 또는 거래희망자를 눈에 보이게 해 더 쉽고, 믿을 수 있는 거래를 성사시킨다.


자체 채팅 기능은 대화 내용에 따라 다양한 안내, 경고 메시지를 보내 교묘해지고 있는 사기 수법들을 사전에 방지한다. 일부 사용자들을 실시간으로 제재하여 거래를 중단해 거래가 진행되지 않도록 채팅을 막기도 한다. 중고 거래만을 위해 마련된 대화 창이므로 거래 이외에 개인정보가 이용될 염려가 적고, 거래 내용 이외의 대화가 오가거나, 거래 없이 잠수를 타거나, 거래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등의 경우에 ‘비매너 평가’를 통해 비매너 사용자를 일시적으로 이용 정지 시키는 등 조치를 취한다. 

사용자들의 서로 매너를 평가하고, 거래 후기를 남기고, 동네 인증 횟수를 매기며 신뢰 가능한 사용자들을 찾는 역할을 하고, 당근마켓은 이러한 사용자의 평가를 바탕으로 신고 내용이나 불법 게시물 등을 감독, 관리하며 플랫폼이 신뢰할 수 있는 거래의 장을 마련한다. 


내 위치를 사용하도록 허용해도 될까?

▲ 2010년에 출시된 ‘오빠믿지’ 어플. 위치 정보 제공 동의 시 상대방의 마지막 위치를 알 수 있다. 당시 사생활 침해와 관련하여 큰 논란이 일었다.


당근마켓은 이웃과의 중고 거래만큼이나 동네 상가 정보, 동네 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다. 이불 세탁을 위한 빨래방을 찾는 게시글부터, 산책 경로 공유, 길에서 발견한 강아지의 주인을 찾는 글까지. 동네 주민이 아니라면 쉽게 찾을 수 없는 살림 정보를 나눌 수 있다는 점으로 더 많은 사람이 당근마켓을 찾기도 한다. 또한 동네의 소상공인이 지역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동네 가게’가 주민에게 쉽게 홍보를 할 수 있고, 주민 역시도 동네에 있는 관련성 높은 광고를 접하게 된다. 

이처럼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지역을 중점으로 두었기에 다른 커뮤니티와는 차별화되는 소셜 어플로 자리잡은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GPS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는 것을 거리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휴대폰을 통해서 위치가 추적당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플과 기업이 이를 악용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에서다. 애인이나 자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어플이 등장하여, 그만큼 사생활 침해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것 역시도 위치 기반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과 이를 이용하는 서비스에 대한 불쾌감을 보여 주었다. 

당장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데에도 이와 같은 불안이 있을 수 있다. ‘비매너 평가’는 일정 시간 후에, 두 건 이상 누적될 경우 항목이 공개되지만 같은 동네에 거주한다는 점에서 상대방이 이를 알아챌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여전하다, 나와 같은 동네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의 커뮤니티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등의 의구심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위치 정보’는 여러 온라인 서비스를 더욱더 손쉽게 이용하기 위해서 다양한 어플들이 요청하는 권한이다. 배달 어플에서 자동으로 배달 도착지를 설정하거나, 가까운 맛집 찾기, 위치 기반 날씨 정보 등 여러 어플에서 위치 정보를 이용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 외에도 위치 정보 자체가 서비스의 핵심인 소셜 어플 젠리(Zenly)가 있다. 젠리는 인증 목적의 위치 접근보다도 더 많은 정보를 노출시키는, 말 그대로 ‘위치 공유’ 어플이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처럼 텍스트나 사진을 기반으로 한 메신저와 달리 젠리는 서로의 위치를 메인 소통 수단으로 삼는다. 저장된 전화번호를 통해 친구를 맺고 나면 실시간으로 서로의 위치, 배터리 상태, 이동경로 등을 알 수 있고, 이모지 보내기, 친구끼리 만났을 때 알려 주는 Bump 기능 등 친구들 간에 위치에 대한 정보를 거리낌 없이 공유한다. 위치 공유는 친구들과 의사소통을 위한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고, 코로나-19와 결합하여 ‘얼마나 더 집에 머무는지’에 대한 정보를 10대들 간의 게임처럼 만들어 콘텐츠로 제공하고 있다. 

이제 온라인상에서 위치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받는 것과, 나아가 유저 간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것은 온라인 간의 만남이나 거래, 교류에 익숙한 세대에 있어 플랫폼에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불신은 크게 줄였다. 기업이 위치 정보를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관련 범죄 사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론 역시 위치 권한이 범죄 등으로 탈선하는 것을 막는 방지턱의 역할을 하며 정보 기술을 사용자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바뀌어 나가고 있다. 


▲ 친구간 위치를 공유할 수 있는 젠리 서비스의 메인 화면.

사후 관리보다 앞서야 하는 ‘사전 매너’

하지만 당근마켓의 직거래에 대한 정책이나 젠리의 친구 위치 파악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국 사용자들에게 달렸다. 지난달 300만 원에 아이를 팔겠다며 게시된 판매글은 중학생 A양의 장난으로 조사되었으나 게시와 함께 큰 논란이 되었고, 36주 된 아이를 이십 만원에 입양시키겠다고 글을 올린 한 미혼모는 결국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 미수 혐의로 입건되었다. 

젠리의 경우에도 ‘왕따’의 휴대폰에 어플을 설치하게 해 해당 학생을 피해 다니거나, 애인 감시용, 혹은 부모가 자녀의 위치를 감시하는 용도로 사용하며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본인에 선택에 의해서 위치를 숨길 수 있는 기능이 있더라도, 타인의 위치를 감시하는 용도로 변질한다면 정보를 타인에게 숨기거나, 보여 주는 기능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근마켓은 위의 경우처럼 현행 법령상 판매가 허용되지 않는 물건들의 거래는 일절 허용하지 않으며 신고에 따라 즉시 게시물을 관리한다. 위반 사례 발생 시 관련 기관과 충실히 협력하겠다는 정책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의 한계는 이러한 회사의 대응은 결국 사후 조치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은 해당 ‘비매너’ 사용자가 추후에 낳을 피해를 예방할 수는 있겠지만, 이전에 피해를 입은 사용자들에게 보상해 줄 수는 없다. 어떤 사용자가 믿을 만하고, 어떤 사례가 사기에 이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는 결국 피해가 먼저 발생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 역시도 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직거래를 권장하고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한으로 한 채팅을 통해 거래를 진행하지만, 거래 시간과 장소를 정한 뒤 연락이 두절된 경우, 일방적으로 거래를 파기하는 경우, 또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경우를 사전에 방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의 ‘좋은 사람들과 즐겁고 따뜻한 거래’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문구 역시도, 따뜻한 거래를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엿볼 수 있다. 플랫폼이 어떤 ‘기능 업데이트’를 제공하더라도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만능 열쇠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한동네의 사람들이 모여 신뢰 지수가 이름과 명찰이 되는 커뮤니티에서 모두에게 이로운 거래 문화를 위한 해결책은 어쩌면 너무 기본적이다. 서로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는 점을 한 번 더 인식하고, 서로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주어진 기능과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 가격을 더 깎아 주지 않는다고 해서 판매자를 비매너로 평가를 해 버릴 수 있는 권력이 생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 좋은 거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나중에 나에게 주어질 거래의 기회를 위해서 더 나은 플랫폼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도구가 생긴 거다. 사후 관리만큼이나 사전 매너를 통해서 모두에게 따뜻한 ‘우리 근처의 직거래 마켓’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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