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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탑승 버스, 과도한 장애인 복지인가?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0. 12. 12.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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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탑승 버스, 과도한 장애인 복지인가?


선플기자단 2기 최보영


2019년 10월, 국토교통부는 교통약자법 시행 13년 만에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의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운행이 아니기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10개의 고속버스 업체와 협약해, 각 1대의 버스만을 개조해 총 10대의 버스를 운용하였다. 해당 버스들에는 리프트를 설치하고 좌석을 밀어 총 2대의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시범 운행으로부터 약 1년, 실 이용객 수는 16명에 불과… 그 이유는?


시범 운행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된 것은 정해진 4개의 노선(서울-강릉·전주·당진·부산) 중 3개의 노선이 이미 철도를 통해 휠체어 이용객이 이동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의 실질적인 쓸모를 위해서는 철도 노선 밖의 접근할 수 없는 지역으로 노선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하루 평균 2~3회에 불과한 운행 횟수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이외에도 리프트를 이용할 때 매번 경보음이 울리거나, 휴게소 이용 시간이 일반 버스보다 15분 더 늘어나는 등 현실적으로 비장애인의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도 또 하나의 문제이다.


이렇게 시범 운행으로부터 깨닫게 된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장애인 단체로부터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범 운행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과도한 장애인 복지로 인해 오히려 비장애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 “특혜를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노력해라”, "역차별이다" 등의, 각종 불만 섞인 악플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차별이 담긴 악플은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식하지 못한, 편견을 가진 시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한다. 이처럼 이동권은 인간의 가장 기본 된 권리 중 하나로, 장애인 또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어디든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이제야 시외버스를 시험적으로나마 이용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역차별, 피해를 논하는 것은 지나치게 시기상조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이동권, 정말로 보장되고 있는가?


실제로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다른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고속버스, 그레이하운드는 전 차량이 휠체어 탑승 차량이다. 또한 영국의 고속버스, 내셔널익스프레스도 95%가 휠체어 탑승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의 경우, 고속버스뿐만이 아닌 모든 종류의 버스의 98%가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장비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고속버스는 현재 시범 운행 중이기 때문에 그 숫자는 위에 언급한 10대에 불과하고, 전국 시내버스 중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의 보급률은 지난해 22.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의 관심, 원조가 적은 시의 경우에는 보급률이 더욱 처참한 수준이다. 그나마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올해 들어 보급률이 간신히 5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적 수치와 달리 서울시에서조차 버스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마주친 사람의 수는 손에 꼽게 적다. 이렇게 제도적 장치가 일부 마련되었음에도 휠체어 탑승객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구조적으로는 장치가 마련되었을지라도, 실제로 시행 후 시간이 지나며 점차 교육과 기기 관리가 소홀해져 막상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에 타려 시도해도 타지 못 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또한, 아직까지 장애인과 함께 버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의식이 부족한 승객들이 이들의 승하차 과정에서 당연히 소요되는 시간에 화를 내거나 눈치를 주는 일도 적지 않게 있다. 이러한 구조와 인식이 더하여, 결과적으로 휠체어 탑승객이 먼저 저상버스 탑승을 꺼리게 된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제도의 전환이 필요


옆 나라 일본의 사례를 보면, 휠체어 탑승객이 버스를 이용하는 모습은 상당히 자연스럽다. 휠체어 탑승객의 동행자가 있으면 동행자가 탑승을 위해 휠체어를 밀어주고, 동행자가 없다면 버스 운전사가 내려서 휠체어를 밀어 버스 탑승을 돕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거나,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버스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마주치기는커녕, 일상에서 장애인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는 한국에는 장애인이 없는지 묻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에 나가서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장애인의 모습에 놀란다. 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이, 장애인들이 평범한 생활을 누리고, 사회적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집 안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잠재적 장애인이라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장애인 10명 중 9명은 후천적 장애인이다. 현재 비장애인인 그 누구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고, 다르게 말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어쩌면 단 한 순간의 질병, 사고일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장애인을 고려한 인프라 구축에 반대하는 것은 한 치 앞도 모르는 나 자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이다. 즉, 교통약자, 장애인을 위한 복지는 타인을 위한 배려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우리의 후일을 위한 대비에 가까운 일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적으로 겪는 불편함을 넘어서,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 사회적 제약을 뒤집어쓰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견고한 벽이 무너지고 우리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가진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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