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플기자단 3기 김현주
한국에 다문화 사회가 소개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국내 외국인 주민 수는 176만명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한국의 다문화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다문화 가정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다문화 정책이 올바르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문화적으로 외국인을 일방적으로 우리 사회에 동화시키려 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인식과 정책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우리는 우선적으로 다문화의 정의와 관련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문화주의란 “우리와 다른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다문화적 지향적인 태도, 우리 문화만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열린 사고이며, 공존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태도”이다. 중요한 것은 동일성이 아니라 차이, 주체가 아니라 타자, 단일성이 아니라 다양성, 닫힌 사고가 아니라 열린 사고이다. 과거에는 제국주의가 타자를 전유하려고 했다면 다문화주의는 타자의 타자성을 환영하고 반기며 인정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다문화주의는 문화적 타자의 존재를 강조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의 인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미디어 매체라고 생각한다. 특히 다문화가정이나 이주 노동자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우리의 다문화주의의 실상을 아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국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한국 영화에서 등장하는 외국인은 일정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화 속 외국인은 첫 눈에 봐도 알 수 있는 외국인 타자를 등장시키면서 문화적 차이보다는 인종적 차이를 강조한다. 또한 영화 속에서 인종주의적 편견과 이 편견이 일상적으로 작동한다. 일례로 한국계 중국인이나 동남아 사람들은 가난하고 잔인하며 폭력적인 사람으로 묘사한다는 점이다. 영화 <베테랑>의 동남아시아 사람들, <신세계>의 연변에서 온 청부살인업자, <아수라>에서 손도끼들고 등장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그리고 최근에 꽤나 흥행했던 <범죄도시>의 조선족들의 잔인함과 폭력성은 모두 한국계 중국인이나 동남아 사람들을 등장시켰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게다가 그들은 돈만 주면 뭐든지 다하는 잔인한 인물, 폭력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이처럼 국내 영화의 대부분은 통속적으로 인식된 다문화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에 영향을 끼치는 상업영화는 중국계나 동남아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하고 혐오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현재 국내 영화의 한계라 할 수 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요소는 한국 문화에 완전히 동화된 외국인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이질적으로 한국어를 구사하는데 만약 이들이 한국말을 못하면 관계가 발전하지 못하고 고립되고 소외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다문화주의가 아닌 동화주의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필자는 외국인이 소주와 치킨, 된장국이 맛있다며 한국사회가 강요하는 삶의 방식을 지향하고 순응하면서 내국인과 평화로운 공존을 꾀하는 것은 다문화주의적으로 올바른 공존의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국인이 자신의 문화를 고집하는 대신에 한국의 문화에 자발적으로 동화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종합하자면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 외국인 이주민이나 노동자들의 다문화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종차별주의로 삼투된 문화권에서 다문화주의적 관점을 통한 이주민의 토속적 문화를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듯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사회는 사회적 인식 뿐만 아니라 정책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드러난다. 우리 나라에서 다문화 가정의 가장 큰 문제는 가정 내 폭력으로 조사됐는데, 그 이유는 결혼이주 여성들의 준비되지 못한 결혼으로 의사소통 부재와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가장 많고 경제권 다툼, 남편의 음주 등으로 인해서이다. 폭행의 유형은 언어적 폭력, 직접 폭력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어 가정폭력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혼이주 여성들이 영주 자격 취득과 귀화를 위해서는 배우자의 신원보증이 있어야 가능하며 남편에게 절대적으로 기댈 수 밖에 없는 처지여서 그로 인해 수많은 결혼이주 여성들이 온갖 수모와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가정폭력과 인권유린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금까지는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정책을 한국인으로 동화시키기 위한 시책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러한 실정을 깊이 인지하고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법무부에서 발표한 제 3 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상생, 통합, 안전, 인권, 협력의 5대 핵심 가치를 구현하도록 노력해야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다문화 사회는 정책적 차원 뿐만 아니라 인식적 차원에서도 많이 부족하다. 정책적 차원에서는 2018년 1월에 수립된 제 3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에 따라 더욱 개선되고 발전된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다문화 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한국어 교육과 적응 지원, 한국인으로 동화시키기 위한 정책에 초점을 두었다면, 지금부터는 우리나라에서 자립할 수 있는 중장기 플랜이 필요하다. 더불어 보다 적극적인 다문화 정책을 수용해야하는데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을 ‘한국인’으로 받아주자는 류의 일방통행식 정책을 다문화 정책의 전부로 여겨서는 안되고 국민들이 다양한 문화로 이루어진 사회를 거부감 없이 받아드릴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의 다양성에 대한 관용을 키우는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의 경우 청와대 국민 청원을 통해 건의할 수 있다.
또한 인식적 차원에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인종차별을 해소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 전반의 다문화 감수성 교육을 통한 의식과 태도 변화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특히 문화는 학습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종적 편견이 없는 유아 시기에 다인종적 환경에 자주 노출되도록 하면 인종적 편견이 줄어들 것이다. 학교나 사회에서 접하는 매우 사소한 구별 행위가 아동들에게 고정관념과 편견형성의 기초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대비한 전문적인 시민교육, 학교 교육을 통해 다문화 사회가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이를 위한 법과 제도, 그리고 사회시스템을 정비하고 보완하면 우리나라도 다문화 선진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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