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플기자단 2기 박선영
통신 매체의 발달로 인간관계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 직접적인 대면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던 과거와 달리 SNS 등을 통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도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된 현재, 그 소통의 방식은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실명을 기반으로 한 SNS뿐만 아니라 트위터, 에브리타임,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 기반 SNS를 통해 점차 소통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익명 기반 SNS가 급속도로 발전하며 많은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 주변의 대표적인 익명 커뮤니티 : 에브리타임, 블라인드
먼저 대학생들이라면 시간표를 위해서든, 정보를 얻기 위해서든 필수적으로 설치하게 되는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바로 ‘에브리타임’이다. 이 어플을 통해 학교생활 전반에 관해서 뿐만 아니라 대외활동까지 정보를 얻으며 같은 학교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쓴다는 어플인 블라인드는 회사 기반 익명 커뮤니티이다. 점차 다양한 직군의 종사자들이 활동함으로써 사용자들은 자신의 커리어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익명을 악용한 사람들 : 혐오의 장, 루머의 원천지로 전락할 것인가?
익명 커뮤니티는 사람들에게 대나무숲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고 이에 다른 사람들은 공감한다. 이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이야기는 더 이상 개인만을 위한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론화가 되며 불특정 다수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거나 문제의식을 일깨우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 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유형의 사회화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익명이라는 대전제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익명이라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와 반대로 익명이기에 가짜뉴스나 루머가 생성되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해 있었던 대형마트 안내견 입장 거부 사태에 대해 대형마트의 본사 직원이 블라인드 어플을 통해 본사에 대한 옹호적인 글을 남기며 마트 측에서 잘못했다고 알려진 내용이 실제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대형마트 측에서 잘못한 사실이 맞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실제로 이 마트 측에서는 사과문까지 게재하였다.
또, 앞서 KBS 이사회는 지난 1월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는 조정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KBS의 억대 연봉 직원의 73.8%인 2053명이 무보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수신료 인상 및 배분 비율에 대해 반발하였다. 그러자 블라인드에 KBS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용자가 “너희가 아무리 뭐라 해도 우리 회사 정년 보장되고, 수신료는 전기요금에 포함돼서 꼬박꼬박 내야 한다.”, “직원 절반은 매년 1억 원 이상 받고 있고, 능력 되고 기회 되면 우리 사우님이 되시라”라고 말하며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결국 KBS측은 사과하였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공분하여 비난의 화살을 KBS 직원들에게 돌렸다.
지난해 11월 ‘에브리타임’에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대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결국 이 대학생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대학생은 우울증으로부터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해 에브리타임에 여러 차례 글을 올렸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라”, “죽고 싶다는 말만 하고 못 죽네.” 등의 악성 댓글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숨진 대학생의 유서를 통해 밝혀졌고 그가 남긴 유서에는 악성 댓글을 단 사람들에게 엄벌을 처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결국 유족 측은 악성 댓글을 단 이용자에게 모욕 혐의로 고소를 제기했고 경찰은 이에 수사를 착수하며 에브리타임 측에 서버자료 전달을 요청했다.
지난해 ‘보배드림’에는 아이돌 그룹 갓세븐 멤버 영재를 저격하며 그가 과거 학창시절 학교 폭력을 저질렀다는 글이 올라 왔다. 글의 내용은 고등학교 재학 때 학급 친구들을 때리며 심지어 심부름까지 시켰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이들은 당사자의 입장이 채 나오기도 전에 먼저 결론을 내리고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낙인을 찍어버렸다. 하지만 영재의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 반박하였고 해당 글 작성자와 직접 만났으나 어떤 근거도 듣지 못했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피해자라 주장하던 사람도 사라지며 논란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되었다.
익명성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솔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자신의 사회적 이미지나 주변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익명성은 변질되어 결국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런 혐오가 개별적으로 일어나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이 소통 매개체가 된 지금에는 여러 단위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즉, 익명성으로 인한 군중심리로 인해 마녀사냥식 혐오가 즐비해진 것이다. 물론, 이런 군중심리가 일어나기 전 커뮤니티 운영자의 발 빠른 자정작용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익명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다수의 의견에 무작정 휩쓸리지 않는,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 판단할 줄 아는 중심 잡힌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또, 익명이라는 이유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되며, 혐오보다는 익명성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을 발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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