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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공론장] 각자의 목소리를 하나 둘 모아…오류를 바로잡은 누리꾼들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1. 3. 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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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공론장] 각자의 목소리를 하나 둘 모아…오류를 바로잡은 누리꾼들

대학생 선플기자단 김 건



 인터넷 공간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각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출이다. 비약적 기술 진보와 함께 소통의 물리적 경계가 허물어짐에 따라 활발한 숙의가 벌어지는 인터넷 공론장이 기대되었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공론장을 통한 이러한 자유로운 의사소통 및 숙의민주주의 달성을 위해서는 참여자 간 발화행위의 기회적 평등과 더불어 ‘정당한 교류가 가능한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즉, 공론장은 주체적이며 자유로워야 하지만, 동등성과 상호이해의 지향이 수반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통상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이러한 선순환적 교류는 기대하기 어렵다. 자유로운 개성의 표현과 가감 없는 의견표출은 인터넷 매체의 필수 불가결한 핵심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자유의 보장과 도의적 책임 사이에서 진통을 겪어왔다. 자정적 노력을 촉구하는 다양한 시도에도, 자유로운 소통을 위한 ‘익명’이라는 요건이 엉뚱하게도 도의적 책임을 무마하는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정당한 교류가 가능한 분위기’는 형성될 수 없다. 따라서 올바른 숙의란 당연히 불가능했고 익명성에 대한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2007년부터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기까지 뜨거운 감자였던 인터넷 실명제, 수년간 지속되는 에브리타임이나 디시인사이드의 부분 익명 논쟁 등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 공간은 혼돈스러운 투기장으로 변해버린지 오래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이 공론장의 기능을 잃어버렸다고 하기에는 이르다. 의미 있는 숙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적 위상을 지킨 누리꾼들도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전범국에 대한 서구사회의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정부 기관과 관련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누리꾼들이 적극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자 나선 것이다.

국제 표준 해도집 안 보여? 누리꾼들 구글 황당 서비스에 정식 항의

 동해와 독도 이슈에 누리꾼들이 발 벗고 나섰다. 구글이 제3국과 일본은 물론 국내 서비스에서도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하면서 최근 논란을 빚은 것이다. 구글은 논란이 있는 지명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접속한 국가의 표기법에 따라 표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구글 지도 앱을 사용할 때는 ‘일본해’로 표시되더라도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동해’로 표시되어야 한다. 병기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구글이 서비스 관례를 따르지 않고 국내 사용자에게도 ‘일본해’로 표기하자 논란이 확산되었다. 

 구글의 이러한 지명 표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증인 신분으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했던 임재현 구글 코리아 전무는 당시에도 독도 표기 및 검색 관련 논란이 일자 “사실이라면 막대한 실수를 한 것 같다. 당장 바로잡도록 하겠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러한 답변이 무색하게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구글 코리아는 지금까지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11월 17일 외교부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 토의를 통해 ‘동해’와 ‘일본해’ 표기에 관한 개정이 포함된 새로운 국제 표준 해도집 ‘S-130’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해도집인 ‘S-23’의 개정판인 S-130은 바다를 ‘동해’, ‘일본해’ 등의 명칭 대신 고유 식별번호로 표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일본해’ 명칭의 표준적 지위가 격하되어 동해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밖에도 정부와 민간의 지속적인 노력에 따라 2000년대 초반 2.8%에 불과했던 동해 병기 비율이 최근 41%까지 상승하였다. 그러나 이번 구글 앱의 황당한 실수는 외교부와 민간단체의 노력을 무색케 했다.

 이에 누리꾼들이 구글에 전격 항의하고 나섰다. 일부 누리꾼들은 트위터를 통해 해당 이슈를 공론화했다. 혹자는 앞서 도입된 국제수로기구 표준 해도집을 근거로 구글 코리아에 정식으로 항의 내용을 제출했다. 안타깝게도 구글이 해당 문제에 대해 시원한 답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목소리를 기점으로 우리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은 일본해로 단독 표기된 기존 지도·인터넷 서비스에 동해가 함께 쓰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결의했다.

 어느 대학생의 인터넷 제보를 기점으로 누리꾼들의 공론화가 이뤄진 끝에 비슷한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독도 문제’ 역시 바로잡을 수 있었다. 구글 맵에서 독도를 검색하면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정부가 구글에 시정을 요구한 것이다. 비록 여전히 독도의 주소가 삭제되어 있어 온전한 위치가 표시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으나, 시민 개개인의 노력 끝에 현재에는 구글 맵에서도 독도의 검색 결과를 볼 수 있다.

욱일기는 전범기! 유럽축구계 역사 인식 바로잡기도

 앞선 2019년에는 누리꾼들이 잘못된 전범국 표식 사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널리 전파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의 적극적인 항의 끝에 욱일기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낸 것이다. 조그마한 기관이 아닌 잉글랜드 프로축구(EPL) 명문 구단 리버풀과의 이야기다. 유럽 스포츠계에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자주 등장하는 욱일기에 대해 초대형 구단의 관심과 사과를 얻어낸 것은 이례적인 성과다.

 리버풀은 2019년 12월 20일(현지 시각),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1981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인터콘티넨털컵 플라멩구전에서의 필 톰슨과 지쿠의 활약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예고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해당 영상의 섬네일 배경으로 욱일기 문양의 이미지를 사용해 한국 팬들의 실망을 불러일으켰다.

 누리꾼들은 이에 인스타그램 DM과 메일 등을 통해 욱일기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문양과 같은 제국주의의 상징이라는 내용을 알렸다. 해당 이슈가 공론화되면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도 나섰다. 이들은 해당 사건을 계기로 리버풀의 홈구장인 안필드에서의 욱일기 사용 금지 캠페인은 물론 영국 BBC 가디언 등 유력 언론을 대상으로 욱일기는 전범기임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난 2019년 12월 21일, 리버풀이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욱일기를 게재한 콘텐츠에 대해 한글과 영문으로 된 사과문을 올렸다. 구단 측은 “최근 리버풀 축구 클럽은 2개의 이미지를 발행했는데, 이는 누군가에게 모욕적인 의미였다"라며 "우리는 이를 인지한 후 즉시 실수를 바로잡고자 이미지를 삭제했다"라고 밝혔다. "우리는 불쾌감을 느낀 사람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하겠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비록 사과 직후에도 구단의 일본 트위터 계정에 또 욱일기를 깔아 국내 누리꾼들을 기만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는 했으나 이는 분명 괄목할 만한 소식이다.

변화의 주체는 다름 아닌 시민 개개인, 올 한해는 더욱 따뜻하고 의미 있는 공론장 되길

 연일 등장하는 혐오 이슈와 각종 악성 댓글은 소통의 장으로서의 인터넷 공간을 기대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최근 ‘일본해’와 지난 ‘욱일기’에 대한 누리꾼들의 움직임은 인터넷 공론장의 순기능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의 왜곡 대신 집단 지성의 힘을 보여주며 인터넷 공간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사회를 올바르게 이끄는 변화는 다름 아닌 개인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설날을 지나 본격적으로 신년을 맞으며, 올 한해는 보다 아름답고 건설적인 소통의 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하루빨리 서구사회에도 올바른 역사의식이 전파되어 잘못된 인식에 대한 개선은 물론 합당한 국제사회의 대처가 이뤄지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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