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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만 남긴 오디션 프로그램, 연습생들을 향한 비난 멈추어야…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1. 1. 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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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만 남긴 오디션 프로그램, 연습생들을 향한 비난 멈추어야… 


대학생 선플기자단 2기 박선영


  ‘Pick me Pick me Pick me Up~’,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대중매체와 단절된 상태가 아니라면 한번 쯤 들어봤을 노래들이다. 이 노래들의 공통점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제가였다는 것이다. 2016년, Mnet(이하 엠넷)의 여자아이돌 결성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은 엄청난 인기를 끌며 성공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데뷔한 그룹뿐만 아니라 데뷔 멤버에는 발탁되지 못하였지만 이후 소속사를 통해 데뷔했던 연습생들도 성공을 거두는 등 프로그램의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이후 남자아이돌 버전의 시즌2와 일본 기획사와 협업한 시즌3, 그리고 시즌2의 선풍적이었던 남자버전의 인기를 다시 이어보겠다는 의지로 제작한 시즌4까지 프로듀스101은 파죽지세로 나아가고 있었다. 


종영 후 불거진 순위 조작 논란



  하지만 너무 큰 인기가 문제였던 것일까? 프로듀스101 시즌4 종영 직후 데뷔 유력 후보로 점쳐진 연습생들이 대거 탈락하고 의외의 인물들이 데뷔 멤버로 발탁되며 투표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게다가 생방송 문자투표의 수가 1위부터 마지막 20위까지 모두 ‘7494.442’의 배수라는 분석이 나오며 의혹은 점차 커져갔다. 논란이 커지자 프로그램을 방영했던 엠넷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 했다. 또, 이전에 있었던 엠넷의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도 순위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은 방송사에까지 타격을 입혔다.

  이 문제는 현재에도 종종 조명되는 우리 사회에서의 ‘채용 비리’ 및 ‘갑질’ 사건들과 함께 비교되며 논란은 커져만 갔다. 실제로 프로그램 책임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높은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데뷔 멤버를 임의로 선발하여 구성했고, 몇몇 연예기획사로부터 금품·향응을 제공받으며 출연자들의 순위에 관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프로그램 책임자들에게 향해야 할 비난의 화살은 엉뚱하게도 출연했던 연습생들에게 향하고 있다. 그들은 한순간에 ‘조작’, ‘비리’, ‘불공정’의 아이콘이 되어버렸다.


책임자에 대한 처벌, 하지만 죄 없는 연습생을 두 번 죽인 거짓 진술

  이 달 18일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PD인 안 모 씨와 8인은 사기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또, 함께 기소된 CP 김 모 씨에게도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판결에 따르면 안PD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프로듀스101의 네 개의 시즌을 맡으며 시청자 유료투표 결과를 조작해 일부 참가자에게 혜택을 준 혐의 등으로 작년 12월 구속 기소됐다. 또한, 몇몇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약 3000여만 원 규모의 접대를 받은 혐의도 받았다. 

  안 모 씨는 재판 과정에서 한 연습생을 이용하여 거짓 진술을 하였다. 바로 연습생이 자신을 떨어뜨려 달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이다. 안PD는 경찰 조사에서 일관적으로 연습생이 떨어지고 싶어 했기 때문에 순위를 바꾸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그 연습생이 말한 “지금 떨어져도 여한이 없습니다.”라는 말은 지금 떨어져서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자신과 자신의 팀을 알릴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쉽지 않다는 의미였다. 즉, 이 대답을 자신이 조작한 이유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 연습생은 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 얼마 전까지 많은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사건의 결과 : 피해자는 누구인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었던 투표는 사기극으로 끝나 버렸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범위에 대해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 먼저, 순위가 조작되어 데뷔하지 못한, 또는 다음 단계로 올라가지 못한 연습생들이 피해자라는 의견에는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데뷔한 연습생들도 피해자로 봐야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프로그램의 관계자들이 아예 데뷔 멤버를 미리 정해놓았던 시즌3, 4 그리고 일부 멤버의 순위와 문자투표 순위에 관여한 시즌1, 2를 똑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기 때문에 데뷔 멤버들까지 피해자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화두에 있다.

  의견이 나뉘는 큰 갈래는 두 가지다. ‘비리의 사실을 알고도 활동했기 때문에 데뷔 멤버들은 피해자가 아닌 수혜자’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그들은 기획사와의 계약과 자신들을 꿈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을 한 피해자’라는 의견이 있다. 피해자로 봐야 할지 수혜자로 봐야할 지는 이 사건을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제 3의 피해자도 있다. 바로 연습생들을 응원한 국민프로듀서 즉, 팬들이다. 연습생들의 데뷔는 인터넷투표와 문자투표로 이루어졌다. 팬들은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데뷔시키기 위해 프로그램의 방영 기간에 많은 노력을 했다. 실제로 특정 번호로 어느 연습생의 이름을 넣어 문자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거나 인터넷투표를 위해 여러 개의 아이디를 생성하는 노력들은 연습생들을 응원하는 팬들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결국 프로그램 책임자들은 국민프로듀서로서 연습생들을 응원하고 데뷔시키기 위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으며, 팬들 각각 100원에 대한 사기까지 당하게 한 것이다. 이는 개인으로 보면 100원이지만 문자투표로 수입이 생긴 방송사 입장에선 거대한 금액이다.


연습생들에 대한 비난 멈추어야… 

  이번 사건으로 프로그램의 책임자들보다 출연한 연습생들에게 더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이것은 연습생들이 방송을 통해 많은 대중들에게 노출 되었고 높은 인기까지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또한 대중들이 잘 알지 못하는 책임자들보다는 이름이 알려진 연습생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사실인 양 보도하여 기사 클릭을 유도하였다. 즉, 진짜 비판받아야 할 대상보다 접하기 쉬운 대상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연습생들은 방송 출연 당시 대부분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아직 사회 경험이 부족한 미성숙한 상태였고, 그 중 많은 연습생들이 정체성을 완전하게 확립하지 못한 청소년에 해당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매주 공개적으로 경쟁을 하고 승리자와 패배자로 나누어지며, 대중들로부터 여과되지 않은 비난까지 받아내야 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석연치 않은 결과로 인해 그들의 이름은 계속 거론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사실이 아닌 소문까지 무성해지며 끊임없이 그들을 괴롭혔다.

  이번 18일에 있었던 공판에서 순위 조작으로 탈락한 연습생들의 실명이 공개되었다. 많은 네티즌들은 그들을 안타까워하며 위로하였지만, 몇몇 네티즌들은 투표를 공정하게 했어도 데뷔할 수 있었겠냐며 조롱하였다. 반대로 순위권에 들어 데뷔한 연습생들에게는 순위 조작과 비리 등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실명 거론으로 인한 이슈는 사건의 본질을 흐릴 뿐이다. 본질은 방송 관계자들과 소수 기획사들의 비리일 뿐이며 우리가 초점을 두어야 할 부분도 이런 점이다.

  따라서 연습생들에 대한 비난을 멈추어야 한다. 이들 또한 어른들의 농간에 이용되었을 뿐이다. 그 결과가 연습생들에게 수혜였는지 피해였는지는 본질이 해결된 이후에 고민되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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