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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아동학대 관련 법, 무엇이 달라졌을까?

사회 문화

by 코끼리코라우 2021. 10. 2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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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아동학대 관련 법, 무엇이 달라졌을까?


대학생 선플기자단 김시현


지금으로부터 1년 전 2020년 10월, 양부모로부터 끔찍한 학대를 당해 생후 16개월 아기가 숨을 거둔 일명 ‘정인이 사건’(양천 아동학대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으며 ‘아동학대’라는 키워드를 수면으로 띄운 계기가 되었습니다. 췌장이 절단되고 후두부, 쇄골, 대퇴골 등이 골절될 정도의 폭행을 가한 양부모에 대해 서울남부지법은 1심에서 양모에게는 무기징역을, 양부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양천 아동학대 사건의 쟁점은, 16개월 아기에 대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양부모의 파렴치함에 더해, 아기의 사망 이전 총 세 차례의 아동학대 신고(각 5월, 6월, 9월)가 있었으나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사를 종결했다는 점이었습니다.

2021년 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청원은 하루만에 20만 명이 동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아동학대를 대하는 대한민국의 법적, 제도적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정인이법’이라고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의 개정 등 많은 시도들이 이루어졌습니다.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아동학대와 관련해 어떤 법적 변화가 실현되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친권자 징계권의 삭제


2021년 1월 26일자로 개정되기 전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의 자녀에 대한 징계권’을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제915조(징계권) 친권자는 그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친권자로 하여금 자녀에 대한 처벌을 정당화해 아동 학대의 빌미로 작용할 위험성과 아동을 친권자의 소유물이나 훈육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아동학대 사건에서 이 조항을 근거로 친권자(부모)의 폭력을 ‘훈육’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려는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정인이 사건 훨씬 이전부터 민법 제 915조의 삭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인권단체, 아동보호기관 등에 의해 제기되었으나 ‘아동학대 폭풍’이 지나간 2021년에 이르러서야 현실화되었습니다. 민법 제915조 조항이 삭제되면서,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부모의 자녀에 대한 체벌을 정당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비단 대한민국만의 논의가 아니라 세계적 트렌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1979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핀란드, 뉴질랜드 등이 가정 내의 체벌을 금지해왔으며 한국은 올해 62번째로 부모의 차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정인이법


정인이법은 2021년 2월 국회를 통과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의 명칭입니다. 개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아동학대살해죄’의 신설


2021년 3월 16일자로 개정되기 이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는 ‘아동학대치사죄’만을 규정하고 있었으나, 이제 ‘아동학대살인죄’가 신설된 것입니다.

(기존)
 제4조(아동학대치사) 제2조제4호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현재)
 제4조(아동학대살해ㆍ치사) ① 제2조제4호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제2조제4호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아동학대치사와 아동학대살인의 차이는, 아동학대로 인한 피해아동의 사망에 있어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아동학대를 통해 아동을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면 아동학대살인죄로, 아동을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면 아동학대치사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아동학대살인죄 신설의 의의는,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살인죄(형법 제 250조 제 1항)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데 반해 아동학대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량이 가중되었다는 점입니다.


2. 피해아동의 국선변호사 선정 의무화


2021년 3월 16일자로 개정되기 이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아동학대처벌법) 제16조는 아동학대 피해아동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검사의 국선변호사 선정을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의무사항’이 되었습니다. 

 제16조(피해아동에 대한 변호사 선임의 특례) 
  ⑥ 검사는 피해아동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형사 및 아동보호 절차에서 피해아동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야 한다.


3. 아동학대 신고 발생 시 즉각적인 조사/수사 착수 의무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에 제4항을 신설하여, 아동학대 신고 발생시 즉각적인 조사와 수사의 착수가 의무화되었습니다. 

 제10조(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와 절차) 
  ④ 제2항에 따른 신고가 있는 경우 시ㆍ도, 시ㆍ군ㆍ구 또는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즉시 조사 또는 수사에 착수하여야 한다.  


4. 아동학대 사건 현장조사 시 출입 가능한 장소 확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제2항 각 호 외의 본문 중 기존 “현장”으로만 언급된 출입가능 장소를 “현장 또는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장소”로 개정함으로써 경찰관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현장조사 시 출입 가능한 장소를 확대하였습니다.

 제11조(현장출동) 
  ② 아동학대범죄 신고를 접수한 사법경찰관리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아동학대범죄가 행하여지고 있는 것으로 신고된 현장 또는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장소에 출입하여 아동 또는 아동학대행위자 등 관계인에 대하여 조사를 하거나 질문을 할 수 있다. 다만,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다음 각 호를 위한 범위에서만 아동학대행위자 등 관계인에 대하여 조사 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정인이법)의 주요 내용으로는, 경찰관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가해자와 피해 아동을 분리해서 조사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피해 아동의 응급조치 기간이 3일에서 최대 5일로 연장되고,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및 경찰관에 대한 아동학대 관련 교육이 의무화되었습니다.

아동학대 즉각분리제도의 시행


2021년 3월 30일 부로 시행되기 시작한 ‘아동학대 즉각분리제도’란,  아동학대 피해아동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보호조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필요한 경우 아동일시보호시설 또는 학대피해아동쉼터에 입소시켜 보호하거나 적합한 위탁가정 혹은 개인에게 일시 위탁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즉, 아동학대 사건 발생 시 피해아동을 가해자로부터 즉각적으로 그리고 기계적으로 분리시키기 위한 제도입니다. 아동학대 즉각분리제도는 2020년 12월 29일 개정된 ‘아동복지법’ 제 15조 6항을 근거로 합니다.

 제15조(보호조치) 
  ⑥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제1항제3호부터 제6호까지의 보호조치를 할 때까지 필요하면 제52조제1항제2호에 따른 아동일시보호시설 또는 제53조의2에 따른 학대피해아동쉼터에 보호대상아동을 입소시켜 보호하거나, 적합한 위탁가정 또는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자에게 일시 위탁하여 보호(이하 “일시보호조치”라 한다)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보호기간 동안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상담, 건강검진, 심리검사 및 가정환경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호조치 시에 고려하여야 한다. 
 
피해아동의 즉각적인 가해자로부터의 분리는 ⓵1년 이내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경우, ⓶현장 조사과정에서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에게 답변을 거부하거나 기피, 거짓 답변을 하게 한 경우, ⓷보호조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아동에 대하여 이동학대 처벌법상 응급조치 또는 긴급 임시조치가 종료되었으나 임시조치가 청구되지 않은 경우, ⓸ 그밖에 보호조치를 할 때까지 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시, 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 인정하는 경우 등에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이런 즉각분리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반론은 현재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먼저, “1년 이내 2회 이상 신고가 접수된 경우”이라는 기준의 경우 2회 조건을 채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초신고 시 즉각분리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또한 아동학대의 가해자가 부모일 경우, 피해아동은 즉각분리제도로 인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동보호 시설, 위탁가정을 끊임없이 전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동의 기계적 분리제도가 아동이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사를 묵살하고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성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정인이 사건’이 전국을 강타한지 정확히 1년이 지났고, 앞서 살펴본 법적 변화 이외에도 많은 제도적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피해아동을 직접적으로 보호해줄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아동학대의 예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피해아동에 대한 후속조치입니다. 보

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0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2020년 아동학대 피해를 겪은 후 또다시 아동학대 피해를 겪은 ‘재학대 피해아동’의 수는 2876명입니다. 그러나, 전국의 학대피해아동쉼터의 수는 70여개로 한 쉼터 당 최대정원이 7명가량인 것을 가만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입니다.

더욱이 장애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아동이 학대 상황에 대해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장애사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장애아동의 특성을 고려한 입법행정,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또한 미비한 것이 현실입니다.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제 20조에는 아동학대 사건 발생 시 의무적으로 신고를 해야하고,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으나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제63조 제1항 제2호에 의해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신고의무자’들이 규정되어있습니다. 주로 아동과 관련된 복지시설/기관의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나, 이제는 ‘신고의무자’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우리 모두가 신고의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동학대를 바라보고, 피해아동을 바라볼 때 아동들이 세상을 향한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눈을 감는 비극이 재현되지 않을 수 있다. 아동학대를 사전에 예방해 더 이상 SNS에서 “OO아 미안해”가 등장하지 않는, 아동이 웃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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