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플기자단 3기 여수민
지난 7월 23일,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연기됐던 2020 도쿄올림픽이 일본 도쿄올림픽스타디움에서 개막하였다. 33개의 종목, 324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치게 된다. 이번에는 관중 없이 중계로만 경기를 볼 수 있다. 이에 국내 방송사 3사에서도 발 빠르게 개막식부터 경기까지 중계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개막식뿐만 아니라 축구, 수영 여러 분야에서 방송국의 자막이나 중계에 논란이 이르고 있다. 문화적인 존중과 매너는 사라진 듯한 자막 사용과 중계 등으로 인해 국제적인 망신뿐만 아니라 국내 여론 또한 비판이 거세게 이르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논란에 대해 정리해보고 방송 3사 뿐만 아니라 시청자인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한다.
MBC, 도쿄올림픽 개회식 생중계
지난 23일, 2020도쿄올림픽 개회식이 생중계되었다. MBC는 각국의 선수단이 입장할 때마다 사진과 자막을 함께 넣었는데 이것이 화근이 되었다. ‘고의로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비판이 이를 정도로 MBC가 상식에 벗어난 국가 소개를 한 것이다.
MBC 캡처_도쿄 올림픽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장면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사진을 사용한 것이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가장 비극적인 사고로 기억되는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이용한 것이다. 또한, 아이티 선수단이 입장할 때에는 폭동 사진을 화면에 내보내며 자막으로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고 적었다. 시리아에 대해서는 10년 이상 계속된 내전이라는 것과 마셜 제도에 대해서는 과거 미국의 핵실험 장소였다는 사실을 각각 소개한 것이다. 그 외에도 엘살바도르 선수단 입장 시에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지정한 국가라며 비트코인 이미지를 사용하는가 하면, 이탈리아는 피자, 루마니아는 드라큘라, 노르웨이는 연어 등의 사진을 사용하여 국가를 소개하였다.
개회식 중계뿐만 아니라 경기 중계 과정에서도 다른 나라 선수를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5일, 대한민국과 루마니아의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과정에서 자책골을 넣은 루마니아 선수 마리우스 마린의 이름을 자막으로 명기하며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송출한 것이다.
잇따른 중계 논란.. 차별적 발언
MBC뿐만 아니라 SBS, KBS에서도 일부 부적절한 중계 멘트로 인하여 논란이 있었다. 지난 25일 열린 여자 탁구 단식 2회전에서 신유빈과 룩셈부르크의 니시아 리안 선수의 경기를 중계하던 중 상대 선수를 두고 “탁구장에 가면 앉아 있다가 나오는 숨은 동네 고수 같다.”, “여우처럼 경기하고 있다.”라는 무례한 발언을 하였다. 니시아 리안은 1983년 도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과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베테랑 선수이다. 그런 그에게 ‘동네 고수’라는 표현은 비하 발언이나 다름없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우’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멈춰야 한다는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SBS는 개막식 당시에 일본 선수가 러닝머신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에 대하여 “홈 트레이닝 하는 모습인데.. 홈쇼핑 느낌도 난다.”라고 말하였다. 또한,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전 경기를 중계하는 과정에서 “얼음공주가 웃고, 여전사들 웃는 모습이 너무 좋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남성 선수들에게 자주 쓰이는 ‘전사’라는 단어는 성별 중립적인 단어이기에 남녀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지만, ‘여전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여성에게는 전사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는 성별 고정관념이 작용한 것이라는 비판 또한 이르고 있다.
MBC 중계방송.. 국제적 망신
이러한 MBC의 방송이 세계 여러 언론에 보도되며 세계적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CNN 인터넷판은 “공격적인 고정 관념을 바탕으로 여러 국가를 묘사하는 데 크게 실패했다. 만약 한국을 소재할 때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세월호를 거론하면 좋겠냐.”라며 반문하였다. 로이터 통신은 “희망과 전통, 다양성을 주제로 삼은 올림픽 개회식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MBC가 공격적인 사진과 설명을 실었다가 온라인상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유명 잡지 ‘뉴욕타임스’에서는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각국 시청자들에게 외교 및 글로벌 인식을 키워주고 선수의 프로필이나 지정학적 의미 등을 방송한다. 그러나, MBC는 공격적이거나 부정적 편견을 강화하는 내용의 이미지를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고 이야기하였다.
잇따른 중계 논란으로, 지난 26일 박성제 MBC 사장은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 사용에 대해 “MBC 콘텐츠의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급하게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고 강조하였다.
중계 논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림픽 중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끝난 직후 지적받은 사안들 대부분이 반말이나 비속어, 일부 국가에 대한 비하 등이었다. 당시에도 SBS에서 레슬링 해설을 맡았던 심권호 해설자가 “바보야, 방심하지 말라 했잖아.”와 같은 반말 중계로 주의를 받기도 하였다. 경기 진행 중 중계진이 흥분하여 “어우 씨”라는 비속어를 사용한 것도 논란이 이르기도 하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관습적으로 쓰이는 차별적 단어들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 리우올림픽 때부터였다. 당시 유도 여자 48kg급 경기를 중계하던 SBS의 전기영 해설위원이 베트남의 한 선수를 소개하며 “스물여덟이면 여자 나이론 많은 나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김정일 캐스터는 세계 랭킹 1위 몽골 우란체제크 문크바트 선수에게는 “보기엔 야들야들한데 상당히 경기를 억세게 치르는 선수”라는 표현을 해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시청자들은 꾸준히 변화, 발전 중이나 중계진들은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르고 있다. 지적이 되는 차별적 발언들을 그대로 반복하는가 하면, 여전히 낡은 방식을 고수 중이다. 서로의 문화를 섬세하게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방송 3사는 문화적 다름을 인식하고 타인의 문화를 존중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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