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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돋보기] 인터넷 준실명제 갑론을박을 바라보며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1. 7. 2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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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돋보기] 인터넷 준실명제 갑론을박을 바라보며

판례로 보는 인터넷 실명제: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보호라는 핵심적 법익

 

대학생 선플기자단 김 건

 

 

올해 인터넷 환경을 둘러싼 화두는 인터넷 준실명제추진이다. 지난 3,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 예고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도화선이었다. 법안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에게 개인 판매자의 신원정보 확인을 강제하고, 분쟁 발생 시 소비자에게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신원정보가 사실과 다른 때에는 연대책임을 지우고 있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주목을 받았다.

4월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인터넷 준실명제의 내용을 포함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게시물·댓글을 작성할 때 작성자의 아이디를 무조건 공개하도록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 본인확인제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2012년과 올해 각각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편 현재 인터넷 공간의 부작용에 대한 사회 공동의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다. 사법계의 지난 결정에도 불구하고 입법과 행정기관에서 인터넷 실명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연달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 여론 역시 인터넷 실명제에 찬성하며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한국리서치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무려 응답자의 80%가 찬성했으며 반대는 9%애 그쳤다. 여론조사 기업 리얼미터의 설문에서 역시 69.5%가 찬성 의견을 보였다.

 

근래에는 리뷰 실명제주장까지 부상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에서 제기된 허위 리뷰 논란에 따라 이용자의 신원을 드러내 배달업계 종사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배달업계는 사전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적극 반기는 모양새다. 사법적으로 매듭지어진 인터넷 실명제가 도처에서 발견되는 국민적 지지에 힘입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 실명의 법적 쟁점은 무엇이었을까.

 

기본권을 침해한 인터넷 실명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 2012,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란 인터넷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해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헌재는 해당 법안이 헌법상 기본권인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 관련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부과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해당 법안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는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를 검토하는 데 있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 균형성을 세부적인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해, 법의 취지와 목적이 정당한가는 물론, 법의 집행으로 인해 가해지는 제재가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인지, 다른 수단이나 적절한 대안은 없는지, 침해되는 사익(私益)보다 공익이 더 크거나 균형적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헌법상 위배되지 않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오늘날 인터넷의 발달 및 이용자의 급속한 증가로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파급력 및 영향력이 매우 커지면서, 인터넷의 특성인 익명성 등을 이용한 역기능도 함께 증가하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본인확인제는 표현 내용에 신중을 기하고 불법정보 등의 게시를 자제하도록 함과 아울러, 피해자 구제를 위하여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함으로써 게시판을 보다 책임 있는 공론의 장이 되도록 유도하여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인터넷 본인확인제의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수단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헌법에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하였다. 하지만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 균형성이 문제되었다.

 

침해의 최소성 문제: 다른 대안도 있고, 적용 범위도 과해

 

먼저 인터넷 본인확인제 없이도 피해자 구제나 가해자 특정이 사후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불법정보의 게시 등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등을 통해서도 가해자 특정이 가능하다는 점, 타인의 아이디나 IP 주소를 도용하는 경우에는 본인확인제가 무용하다는 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통한 사후적 삭제, 임시조치, 제한명령 등으로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본인확인제를 대신하는 보충적 수단의 여지가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과도한 규제 범위도 문제 삼았다. 본인확인 대상이 되는 게시판 이용자는 불법·허위 게시의 위험이 있는 정보의 게시자 뿐만 아니라 제재의 필요가 없는 정보의 열람자도 포함되어 법 조항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지는 점, 제재의 근거가 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게시판 이용자 수 산정을 기술적 측면에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면적 수준의 과도하고 자의적인 법 집행의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게시판에서 당해 정보가 삭제되지 않는다면, 해당 개인정보의 보관기간이 사실상 무기한으로 연장될 수 있어 개인정보의 취급·처리의 문제도 안고 있다고 보았다.

 

법익 균형성 문제: 희생과 불이익을 감수할 만큼 충분치 않은 공익달성의 효과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라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그 제한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한다. 법익 균형성이란 이와 같이 법적 제한을 통해 도모하려는 공익적 가치가 제재를 받는 이들의 권리 희생 혹은 불이익을 감수할 만큼 충분한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을 의미한다.

 

헌재는 해당 법안이 법익 균형성에도 위배된다고 보았는데, 본인확인제 이후 명예훼손, 모욕, 비방 등의 정보게시가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서 살펴본 과도하고 광범위한 제한, 본인확인정보의 보관 목적 외 사용우려 등이 존재하고 실명제 적용이 불가한 SNS 혹은 해외 기반 사이트 등이 여전히 존재함을 지적하였다.

 

요컨대, 한차례 논의되었던 인터넷 실명제는 그 취지와 목적, 수단의 적절성 등은 헌법상 적합하다고 볼 수 있으나 과도한 규제, 보충적 대안의 존재, 공익 달성 효과 미비 등으로 인해 침해의 최소성, 법익 균형성을 충족하지 않아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법의 성격이 사회구성원들의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제한·구속을 의미하므로 법은 언제나 최소한도로 신중하게 구축되고 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결정의 의미

 

이러한 앞선 판결을 근거로, 인터넷 실명제가 내포한 법적 쟁점과 그 의미를 다시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계속되는 인터넷 공간의 부작용으로 인해 실명제가 다시금 거론되고 있으나, 헌법재판소의 지난 결정의 무게는 결코 작지 않다. 기존의 사법적 결정은 헌법상의 기본권은 불가침이라거나 하는 보수적 의사결정의 소산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법익을 정밀하게 고려하여 구축된 것이기 때문이다. 준실명제를 도입하더라도 앞서 제기된 법익침해의 우려를 불식할 만한 대안이나 해결방안이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먼저 표현의 자유와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다양한 사회 이슈에 표현의 자유가 남발되면서 이를 익숙하거나 진부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표현의 자유란 국민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자유로운 인격 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 형성 및 진리 발견의 수단이다. 외부의 명시적·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것, 이를 통해 사회의 다수의견을 비판하고 자유로이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핵심적 근간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으로 자유로이 발언할 권리는 거추장스러운 것이 아닌 주요한 법익에 해당한다.

 

혹자는 실명제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부작용이나 잡음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므로, 표현의 자유가 표방하는 민주사회의 핵심 가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익명 표현의 자유란 사회적 비판으로부터 자신의 사회적 실존을 보장받은 채로 자유로이 소통할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을 공표해야만 발언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소통과 공론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언로(言路)와 소통창구가 막히는 결과가 초래될 위험이 있다. 표현의 내용을 불문하고 본인확인을 요구받는다면,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인 사회구성원들은 불이익을 염려해 표현 자체를 포기할 우려가 있다.

 

게다가 당대의 실명제는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지 못한 외국인 등의 소통 자격을 아예 박탈하여 우리 사회구성원으로서 존립할 기회를 빼앗는 기형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인터넷을 악용하는 소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명목에 의해 오히려 소수자들의 법익침해가 일어난 것이다. 실명제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두 번째로 인터넷 공간의 특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기존의 실명제는 SNS나 해외 기반 사이트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제한된 범위에서만 실현되어 국내 인터넷 게시판 운영자 등에게만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가하였다. 이에 공익달성의 효과 역시 미비했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 공간의 규제에 있어서는 네트워크의 연결적 속성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범세계적으로 연결된 정보통신 서비스를 한 국가 내에서 규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사업자들 간의 규제 형평성 문제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실시된 댓글 폐지 역시 SNS 악플만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개인정보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 기존의 법안은 정보통신망 서비스 제공자가 게시판 이용자 전원의 개인정보를 무기한 보유할 수도 있다는 법적 허점을 안고 있었다. 법익에 대한 해석과 판단 이전에, 법 조항 자체가 결함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개인정보는 사회적으로 더욱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유럽은 이미 GDRP를 구축하여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한 바 있다. 인터넷 공간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 역시 신중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준실명제 판단은 사회구성원들의 몫, 아름다운 인터넷 공간 위한 건설적인 논의 이뤄지길

 

이상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과거의 헌법재판소 주요 판결과 그 핵심 내용을 살펴보았다. 이를 토대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인터넷 준실명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등에 대한 건설적 고민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법익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도모하는 현명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법은 결국 사회적 합의이다. 사회구성원들의 필요에 의해, 구성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은 존재한다. 인터넷 공간의 올바른 기능과 이용자들의 편익을 위해서 무엇이 최선일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여기에는 물론 일반 누리꾼 뿐만 아니라 소수자, 정보통신 관련 사업자 등의 편익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법 제정으로부터 발생하는 법익의 제한과 공익의 실현의 경중을 잘 따져보아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른 보충적 대안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선플운동본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사이버 폭력 예방 교육을 통해 인터넷 상의 부작용을 제거할 것을 촉구해왔다. 실명제의 실현 불가능성과 침해되는 법익 등을 고려하여, 맹목적 제재보다는 사전 예방 교육을 통해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민주사회의 구성원이자 참여자로서, 넓은 시야에서의 고민과 함께 각자의 견해를 정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아가 법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폭넓은 시각에서 자신만의 견해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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