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플기자단 김현주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그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와 국제무역에 입힌 큰 타격은 새로운 국제통상 질서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국제통상전략을 분석하여 시사점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뉴노멀: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은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생산 네트워크를 일컫는다. 국경을 초월한 분업과 특화가 가능해지면서 다국적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생산 단계를 나누어 생산과정에 따른 업무를 가장 효율적인 국가에 배정해왔다. 이러한 글로벌 가치 사슬이 확산되면서 중간재 교역의 비중이 증가하였고 전 세계 교역에서도 GVC 무역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가치가 되었다.
아시아는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신흥국의 등장과 수송비용 절감이라는 장점으로 GVC 성장의 중심축이 되었다. 특히 중국은 저부가가치 제조와 생산 기능을 담당했기 때문에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세웠다. 덕분에 중국은 GVC 교역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자리매김하여 다국적 기업들의 내부 핵심기술 역량을 키우고 기술 확보를 실현할 수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조립 공장에서 제조 강국으로 성장하였고 이로 인한 인건비 상승은 GVC의 둔화를 가져오고 있었다.
원가 절감과 재고 비용 감소를 위해 다국적 기업들은 다수의 산업에서 중간재의 생산을 중국에 의존하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이 주요 도시를 봉쇄 조치하자 다국적 기업들은 제조활동이 마비되는 문제가 생겨났다. 이에 효율성만을 추구한 GVC 전략의 취약성이 드러났으며 회복력을 갖춘 다각화된 공급 네트워크가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로 인해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 간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RVC (Regional Value Chain)가 대두되고 있다.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펼쳐지자 의료용품과 생필품에 대한 초과수요가 발생하였고 심각한 공급부족으로 인해 89개국에서 수출통제 조치를 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체된 교역은 수출 통제 및 제한 조치로 인해 더욱 침체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심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국경봉쇄조치는 항공산업과 관광산업 등 서비스 무역에 큰 타격을 주었으며 국가 간 신뢰성과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국내 산업 부흥과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을 통해 자국의 경제 보호를 우선시 하는 무역이 펼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된 국내산업을 보호하고자 무역 의존도를 낮추려는 개입이 계속하여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해외에 생산기지를 둔 자국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통해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반중정서가 높아진 미국과 일본은 리쇼어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고 위기 상황에 대비하여 효율성보다는 회복력을 갖춘 공급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GVC 참여율은 55%로 세계 평균인 53%를 상회하며 OECD 주요 18개국 중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대 무역국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글로벌 네트워크의 변화에 대응한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 나아가 필수 생산기지는 중국에 두고 나머지 생산기지는 동남아에 두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튼튼한 무역구조의 구축이 필요하다.
RCEP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해 주는 세계 최대 FTA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한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이다. RCEP 협정은 상품 교역, 서비스 교역, 투자, 경제협력 등 경제 관계 전반을 포괄하고 있으며 기존 한-아세안 FTA에는 부재했던 전자상거래, 경쟁, 정부조달, 표준・기술 규정 및 적합성 평가 절차(기술무역장벽), 자연인의 일시 이동 등을 포함하고 있다.
처음 RCEP 협상은 선진국과 신흥국, 개발도상국이 한 데 모여 있기에 하나의 의견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신흥국과 개도국은 선진국의 공산품이 물밀듯이 밀려올 것을 걱정하였고 선진국은 개도국으로 인해 농업이 타격받을 것을 우려하였다. 그러던 중,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화되자 이를 우려한 국가들이 빠르게 RCEP를 체결하였다. RCEP 효과로는 역내 무역 장벽이 낮아지고, 규범이 제대로 정리돼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다.
이 협상은 앞으로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전망이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춰 상호 간의 win-win하는 전략이다. RCEP은 한국이 체결한 첫 메가 FTA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FTA라는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을 앞세워 신흥국, 개도국의 이해관계를 잘 설득하고 상대방의 협상 이득을 제시하며 높은 상호의존을 할 수 있도록 협상전략을 구축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을 공통점으로 하여 신뢰감을 구축하였고 아세안과 추가적으로 상품시장을 개방하여 상호 관심과 호의적인 감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이스라엘과 FTA를 맺었다. 이스라엘과의 무역은 우리나라의 소품과 부품, 장비 분야에 있어서 공급망을 다양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스라엘도 한국과의 FTA를 통해 아시아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로써 한국과 이스라엘은 상호보완적 교역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1년에 RCEP, 한-이스라엘 FTA 발효 시 FTA 발효국과의 무역 비중은 77.1%까지 상승하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한-영 FTA 체결, 한-인니 CEPA 서명 등을 통해 역내외 무역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무역장벽을 낮추고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자유무역협정은 협력을 통해 경제회복을 촉진하고 모든 국민들과 기업들의 상생에 기여할 것이다.
아직 코로나19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산업과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뉴노멀 시대의 우리나라 무역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가진다.
첫째, GVC 재편에 따른 한국 산업의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다각화된 공급 네트워크가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리쇼어링(Reshoring)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지역화와 다양화할 것으로 보이며 탈중국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중국 외에도 대체 생산기지를 마련하여 다각화된 공급사슬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에 대응하여 무역협정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GVC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는 RVC와 리쇼어링, 니어쇼어링이 확산되면 불리한 입지를 가지게 된다. 이에 거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우리나라는 향후 잠재력이 있는 신흥국과의 FTA 추진 및 기존 FTA의 질적 업그레이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FTA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만큼, 우리 기업은 가장 유리한 조건의 FTA를 선별하여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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