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플기자단 3기 김나영
솔직한 후기가 아닌 명백한 공격이었다. 리뷰와 별점이 경쟁업체를 끌어내리기 위한 악의적인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알바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을 꾀어 돈을 주고 악평을 남기도록 지시한 한 경쟁 매장의 관리자. 그는 본인과 같은 층에 미용실을 개업했다는 이유로 이런 악행을 저질렀다.
‘건당 3만원 별점 테러 아르바이트’
개업 초기의 한 미용실, 디자이너 A 씨를 향한 손님들의 악평은 지속되었다. 그녀는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고, 불만족스럽게 했는지 매일 밤 고민하며 속앓이했다. 이때, 동료 디자이너와 주변의 같은 체인 매장에서도 비슷한 별점 테러가 발생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미용실 측은 포털사이트에 늘 예약하고 들렀던 학생들을 추궁했다. 그 결과 20살 학생이 아는 후배 5명과 건당 3만원을 받고 별점 테러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밝혀졌다. 개업 초부터 A 씨를 비롯한 디자이너들을 괴롭힌 악플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가해자 박 모 씨는 어린 학생들에게 직접 악플의 문구와 수위를 정해주고 인맥을 들먹이며 반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또한, 학생들이 비밀을 지켜달라는 약속을 어기고 사실을 털어놓자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별점 테러를 지시한 카톡 증거도 학생들의 증언도 있지만, 그는 “너희가 인정하면 맞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건데”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분명한 피해 사실이 있음에도 마치 가해자의 인정 여부로 죄가 결정되는 듯 행동하는 그의 안일한 자세는 공분을 자아낸다. 그야말로 피해자는 존재했지만 어디에도 가해자는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피해 미용실 측은 고소장을 제출했고 결국 박 모 씨는 경찰 수사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법적 차원의 처벌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별점 및 리뷰 테러가 악의를 가진 조작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명백한 물증이 함께 제시되는 경우는 업무방해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테러를 저질러놓고도, “나는 솔직한 내 생각을 말한 것뿐이다”라 주장하면 수사를 개시할 수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배달 앱의 리뷰 관리, 현실적 한계’
포털사이트뿐만 아니라 배달 앱에서도 별점 및 악플 테러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에 각종 배달앱도 리뷰 관리에 힘을 쓰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2010년부터 2019년 4월까지 총 6만 2,000건의 불법 리뷰를 삭제했다. 요기요 역시 AI 기술을 활용해 허위 포토 리뷰를 자동으로 걸러내는 모델을 개발했다. 그러나 코로나 19 상황으로 배달 앱 이용자가 급증한 요즘, 단속만으로 악성 리뷰를 걸러내는 것은 어렵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리뷰도 온라인상 저작물이기 때문에 방송통신망법을 따라야 한다. 명백하게 잘못된 상황이 확인되지 않는 한 플랫폼 사업자가 임의로 삭제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과연 어디까지가 솔직한 평가이며 허위 악플 테러의 처벌 기준은 무엇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일부 블랙컨슈머들이 ‘솔직함’이라는 말 뒤에 숨어 업주들을 상대로 갑질할 수 없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솔직함을 무기 삼지 않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한 때’
소비자로서 자신의 돈을 지불하고 이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남길 권리가 있음은 맞지만, 그것이 자극적이고 날카로운 말로 공격할 힘을 쥐여준다는 것은 아니다. 리뷰 창이 악용되지 않고 본래의 기능을 하도록, 이용자들이 더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해야 한다. 요즘은 별점과 리뷰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었기에 업주들도 그저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손님이 왕이다”는 마음가짐으로 갑질하는 일이 더 발생해서는 안 된다. 다른 이를 공격할 목적으로 알바를 고용해 리뷰를 조작하고 별점을 테러하는 악행 역시 근절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선행된다면, 업주와 소비자가 유의미한 피드백과 평가를 공유하는 선순환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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