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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상대로까지…뿌리 깊은 댓글 조작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1. 2. 1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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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상대로까지뿌리 깊은 댓글 조작

 

상업적 수단으로 전락한 댓글, 건강한 댓글문화는 어디에

 

대학생 선플기자단 김 건

 

블라인드가 대세다. 작년 네이버, 카카오, 네이트 등 국내 포털은 일제히 자사의 뉴스 댓글 서비스를 제한·중단했다. 댓글을 통한 혐오와 비방이 극에 달했다는 진단에서였다. 연말에는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에서 뮤직 차트를 블라인드 했다. 유명세를 노리고 법적 허점을 이용해 차트를 조작하는 이른바 사재기 사태때문이었다. 인터넷 공간은 더 이상 건전한 공유의 장이 아니다.

 

학생들이 12년간의 노력을 평가받는 입시에서 역시 건전한 공유는 사라진 모양새다. 끊이지 않던 인터넷 강의 업계의 댓글 조작 및 알바 논란이 가시화된 것이다. 학원가의 불공정경쟁은 특히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한 기만행위라는 점에서 더 씁쓸하다. 학생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에서조차 올바른 댓글 환경은 온데간데없다.

 

유명 1타 강사 구속 수사, 병든 인강 업계

지난달 대성마이맥 국어 강사인 박광일 씨가 구속 기소되었다. 박 씨는 입시생들이라면 누구나 들어봤다는 유명 1타 강사다. 그는 경쟁 업체의 강사들을 비방하는 내용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댓글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른바 댓글 공장까지 차려 놓고 조직적으로 댓글 조작을 해왔다는 수사 결과는 충격을 주고 있다.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여성·강력범죄전담부는 28일 박 씨와 그가 운영하는 회사 본부장 A , 필리핀에 있는 마케팅 회사 운영자 B 씨 등 3명을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구속 기소하고, 같은 회사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일당은 지난 20167월부터 20191월까지 수험생인 척 가장하여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다른 경쟁 업체 강사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735차례 게재해왔다고 한다. 피해 강사는 22, 피해 업체는 5곳으로 밝혀졌다. 특히 자신과 같은 국어 과목의 경쟁 강사 1명에게는 390차례나 비난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에서 VPN을 사용하여 우회하는 조직적이고 치밀한 방식을 통해 IP 추적을 피해왔다는 점도 드러났다.

 

믿었던 쌤마저’, 학생들 충격

 

박 씨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근무하면서 EBS 무료 강의를 통해 데뷔했다가 학생들의 호평으로 인해 학원계로 스카우트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 갤럽의 조사에서 그는 가장 많이 수강한 국어 강사’, ‘성적향상에 도움이 된 국어 강사 1’, ‘후배에게 추천하고 싶은 국어 강사 1등에 선정된 바 있다. 학생들이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수험생들이다. 구속 소식에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본인을 팡일(박광일의 애칭) 난민으로 지칭하며 박 씨를 대신할 다른 강사 추천을 문의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지난 21일에는 팡일이 유명 수험생 커뮤니티인 오르비사이트 내 검색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체재가 없다며 대성의 환급 보상에도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언론사들은 오랜 기간 해당 강사의 커리큘럼을 따르다 낭패를 본 수강생들을 조명하며 혼란의 도가니라고 표현했다.

 

지속된 수험생 기만 이번이 처음 아냐

 

사실 인강 업계의 댓글 조작 역사는 유구하다. 이미 삽자루로 알려진 유명 수학 강사 우형철 씨가 본인의 유튜브를 통해 내부 고발자 제보를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박 씨의 조작 논란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이때부터였다.

 

우 씨에 따르면 인강 업계의 댓글 조작은 무려 2008년부터 지속되던 문제다. 당시에는 사교육 업체 직원이 직접 수험생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학생 여론을 조작했다. 2013년부터 댓글 조작 수법은 더욱 진화한다. 용역업체를 구해 치밀한 조작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업체에서는 실제 학생처럼 아이디를 꾸미고 오랫동안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일명 네임드 작업을 진행했다. 수험생들은 눈에 익은 사용자의 글에 더 쉽게 속아 넘어갔다.

 

더 큰 문제는 업계에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우 씨의 공익제보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이라며 적반하장 했다. 일부 조작이 사실로 밝혀지자 학원은 꼬리를 잘랐다. 댓글 조작은 학원과는 무관한 강사 개인의 일탈이라는 것이다. 이에 결국 우 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아름다운 댓글 환경은 멀었나, 참담한 현실

 

각계의 인터넷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날아든 이러한 소식은 참담하다. 특히 2020년은 각 포털의 댓글 개혁부터 선플운동본부와 여러 정부 기관 및 기업 간의 업무 협약 등이 활발하게 전개된 해였다. 온라인에서 비롯된 여러 범죄는 대중은 물론 당정의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만큼 건전한 댓글 환경을 해치는 조작 소식은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물론 악성 댓글과 상업적 목적의 불법행위는 원인부터 접근, 처방까지 모두 다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성숙하지 못한 인터넷 환경의 일환이라는 점과 문화 지체에 따른 법의 구멍으로 인해 처벌이나 예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러한 댓글 조작은 인터넷 공론장 자체의 존속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인터넷 문화를 위해 선결적으로 해소되어야 하는 문제다. ‘선플이전에 환경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익명의 입시학원 관계자 A씨는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불법적인 댓글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강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최고 경영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강도 높은 법적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학생들을 상대로 이러한 기만이 공공연했다는 사실은 법리적 차원의 대안을 통한 인프라 구축이 절실함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깨끗한 환경이 구축되어 블라인드가 필요 없는 공유의 장이 조성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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