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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방송 이재학 PD와 프리랜서 노동자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1. 1. 2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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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방송 이재학 PD와 프리랜서 노동자

 

대학생 선플기자단 이상민

 

전태일 열사 50주기

작년 20201113일은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이하는 날이었다. 19701113일 대한민국의 노동자 전태일은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라는 외침과 함께 분신한 노동자이다. 대한민국 노동운동은 그의 죽음 이후 뜨겁게 타오르며 새롭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50년 전 이날 지식인, 언론들은 일제히 억압받고 있었던 노동계를 조명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변화는 정치계에 영향을 미치며 대한민국 사회에 막대한 반향을 불러왔다.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전태일 열사의 50주기에 대한민국 정부는 20201113일 그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방송국 PD의 외로운 싸움

20184, 청주방송에서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일하던 이재학 PD는 제작국 일일 회의에서 프로그램 내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을 건의했다. 스태프들의 회당 인건비를 올려달라는 그의 요청은 국장과의 언쟁으로 번졌고, 그 날 이재학 PD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 그는 방송사로부터 방송국 내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라는 지시를 받게 되었다.

이재학 PD는 자신의 억울함을 법원에 호소하며 청주방송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1년 반의 법정 공방 끝에 소송은 청주방송 측의 승리로 끝났고, 그는 부담스러운 소송 비용까지 떠안게 되었다. 법원 측은 이 PD는 고용계약서와 용역계약서를 쓰지 않고 프리랜서로 일했다는 점에서 청주방송 측의 노동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냈다. 2004년부터 14년 동안 노동 시간이 아닌 회당 연출료를 받으며 월수입 160만 원으로 청주방송에서 근로하던 이재학 PD는 법원 판결에 의하면 청주방송의 노동자가 아니었다. 또한, 청주방송 측은 동료 PD들의 법정 증언을 막기 위해 압력을 넣었고, 동료들은 증언을 번복했다. 이러한 허탈감으로 인해 이재학 PD의 억울함은 더욱 불어났다.

 

프리랜서 PD의 죽음이 남긴 것

1심 판결 이후인 20202, PD는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만을 남긴 채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이재학 PD의 유가족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청주방송을 상대로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활동을 재개했다. 20207, 청주방송 측이 이재학 PD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합의된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밝히며 마무리되는 것 같았던 협상은 20209사망 책임 통감이라는 문구를 거부하는 청주방송 측에 의해서 뒤집혔다. 14년 동안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결국 부당하게 해고당했던 이재학 PD가 해결하고 싶었던 청주방송 내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는 언론과 방송이 보여주는 세상을 매일 마주친다. 하지만, 언론이 보여주는 세상은 때로는 편향과 거짓으로 얼룩져 있을 수도 있고, 그 이면에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젖어있을 수도 있다. 알고도 모른척했던 기사들, 보도가치가 떨어지고 화제성이 부족한 기사들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청주방송의 경우 타 방송사 대비 훨씬 열악한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임금과 업무 강도로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이러한 노동 환경이 한 젊은 프리랜서 PD의 죽음으로 조금은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나 싶었지만, 회사 측의 합의 번복, 부족한 보도 기사 수 및 낮은 화제성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로 발전하지 못하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프리랜서와 비정규직 노동자

프리랜서, 회사와의 계약에 의해 개인 사업자처럼 자신의 능력껏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많은 사람은 현재의 주류 고용 형태인 평생직장개념이 IT 기술의 발달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점차 사라지고 프리랜서가 세계 경제 흐름 속에서 새로운 주류 경제활동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방송 역시 4차 산업혁명 흐름과 뉴미디어 기조에 따라 프리랜서의 증가 추세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선 프리랜서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반드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재학 PD 진상조사위의 진상조사보고서에선 방송계에서 15년 가까이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한 프리랜서가 다수 존재하는 흔치 않은 구조를 가진 청주방송은 프리랜서라는 방패를 이용해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태일의 외침,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청주방송을 비롯한 방송 직종 속 무늬만 프리랜서인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건강과 시간을 담보로 방송제작에 착취당하고 있다. 때문에 또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공정한 근로감독과 함께 이들의 근로자성이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관련 법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라도 비정규직 노동자, 프리랜서, 정규직 노동자 등 각자의 노동자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철저한 근로감독을 통해 이미 만연해있는 방송제작 과정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1970, 전태일 열사 시대에는 프리랜서라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법이 변했고, 고용 형태가 변하고 있다. 오늘날 노동자근로자라는 단어는 혼용되고 있으며 노동 관련 법안은 새로운 사업, 기술의 등장에 따라 새로운 기준 마련이 촉구된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 속 이재학 PD처럼 억울한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선 노동생산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구 청년 전태일의 죽음 이후 50년이 넘게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의 외침을 가슴에 새겨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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