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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테스트가 보여주는 사회

자원봉사

by 코끼리코라우 2021. 1. 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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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테스트가 보여주는 사회

 

대학생 선플기자단 2기 정규진

 

매해 신조어 테스트가 등장하고 있다. 새로 생긴 신조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비공식 테스트이다. 사람들은 서로 이 테스트를 재미로 공유하여, 소위 말하는 요즘 유행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가늠한다. 신조어에 대해 잘 모를 경우, 최신 문화에 뒤처져 있다는 결론을 내리며 웃기도 한다. 유머의 한 가지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조어 테스트는 평범한 네티즌이 만들어 공유하기도 하고, 잡코리아와 같은 사이트에서 제작하기도 한다.

 

(출처 : 잡코리아

http://www.jobkorea.co.kr/goodjob/tip/View?News_No=18335&schCtgr=0&Page=1&cmpid=vm_viral_post )

 

이것은 채용공고 사이트 잡코리아에서 제공하고 있는 신조어 능력 고사이다. 잡코리아는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취업, 직장 생활 등과 관련한 신조어를 이용해 신조어 능력고사를 만들었다.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이 채용공고를 확인하기 위해 사이트에 접속할 때,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제작된 것이다. 1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맞은 문항 수에 따라 신조어 만수르부터 신조어 자연인까지 결과가 분리되어 있다.

위의 사진은 신조어 능력고사 중 두 문항이다. 3번 문항인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을 뜻하는 단어는 편도족이다. ‘편의점도시락의 앞 글자를 하나씩 차용하고, ‘민족(民族)’()’을 합친 단어이다. 편도족은 직장인 뿐 아니라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매하여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포괄한다. 최근 1인 가구와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편의점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러한 현상을 계기로 생겨난 말이다. 4번 문항인 부족한 생활비나 목돈을 위해 투잡을 뛰는 직장인을 나타내는 신조어는 갑통알이다. ‘갑통알갑자기 통장을 보니 알바(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는 문장을 줄인 것이다. 직장인이 자신의 통장에서 월급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생각한 내용이 신조어로 표현된 것이다.

 

해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신조어 테스트는 새로운 단어가 얼마나 많이 생겨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신조어는 언어의 한 가지 특성인 창조성의 발현이다. 언어는 무한한 조합과 창조가 가능하고, 사람들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필요와 용도에 맞게 언어를 조합하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편도족’, ‘갑통알과 같은 단어는 변화하는 사회 추세를 담고 있다. 과거와 달리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정도로 여유가 없고, 월급만으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편도족갑통알이라는 단어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래서 신조어를 보면 당시 사회적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이외에도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롬곡옾눞(폭풍눈물)’ 등 다양한 의도와 계기로 만들어진 단어가 존재하는데, 유머 요소나 유행하는 화제 등을 포함하고 있다. 사람들은 유행, 당시 사회 분위기 등을 집단에서 함께 향유하고, 필요에 따라 신조어를 만들어서 퍼뜨리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신조어는 기존의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현대에만 존재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조어는 전체가 아닌 일부 집단에서만 집중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신조어 테스트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했다. 일부 집단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단어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시험하는 취지로 제작된 것이다. 신조어 테스트에서는 신조어 비 사용자의 소외감이 최신 문화에 뒤처진 사람이라는 유머 요소 정도에 그쳤으나, 고연령층을 비롯한 다른 집단에서는 소외감이 확대된다. 그래서 신조어가 세대 간 의사소통 장애를 유발한다는 주장도 타당한 것이다.

 

신조어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다. 언어가 가진 창조성에 따라 새로운 단어가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모든 단어는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고, 특히 현대의 신조어는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현대는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해마다 전혀 다른 내용의 신조어 테스트가 등장하는 것은 사회의 빠른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분별한 신조어의 남발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신조어가 양산되어 확산되는 것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 인터넷으로 인한 세대 간 격차와 의사소통 장애도 문제인데, 지금과 같은 신조어의 남발은 그러한 문제를 극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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