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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피살사건 논란, ‘사건 보도’의 중요성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0. 12. 2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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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피살사건 논란, ‘사건 보도’의 중요성


대학생 선플기자단 이상민



공무원 피살사건 보도 양상


 2020년 9월 24일, 월북을 시도한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군 의해 피살된 후, 시신이 화장 된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들은 이를 앞다투어 보도하며 여러 의혹을 확대 재생산했다. 국민 분노를 자극하고, 기사의 상품성과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한 자극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기사들 또한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희생자 가족의 SNS까지 정보원으로 삼아 작성된 기사도 존재한다. 


당시, 코로나 방역 체계가 미비했던 북한은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특급 경보를 발령했으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한 상태였으며, 더욱이 직전 "월남 도주사건" 발생으로 해당 지역 전연(전방)부대의 허술한 전선 경계 근무실태를 엄중히 지적하고 엄중한 처벌을 시행한 직후였다.


피격 공무원 SNS에는 아들딸 사진 가득···동료 “월북 낌새 없었다” - 한국일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이러한 기사들은 용인될 수 있을까? 사건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단순히 진영논리, 화제성에 집중하는 언론은 ‘알 권리’보다 아득히 앞서있는 가치이며 국민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기본권’을 고려하고 있는가? 언론들이 피해자 가족의 SNS까지 파헤쳐가며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목적에만 급급하는 명백한 권리의 남용일 것이다.


N번방 사건 보도양상과 대한민국 언론의 무책임성


 2019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N번방’사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발생했다. 작년 N번방 기사들의 대부분은 N번방과 선거이슈를 연관짓는 기사,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자세한 기사, 피해자 직업을 특정하여 보도한 기사 등 ’N번방‘이라는 키워드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모든 정보들을 동원한 기사들이 작성되었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는 기사를 접하는 사건 피해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실제 한 N번방 피해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신원이 노출되고 언론에 보도되진 않을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언론사는 “최근 N번방 사건으로 인해 딸에게 성교육 과외를 해주는 부모가 늘었다”는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N번방 사건과 관련되어 올바른 성교육의 필요성은 바람직한 대안 중 하나지만, 기사의 제목이 압권이다.

 ’N번방에 내 딸이?...학부모들, 성교육 과외선생 부른다’며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클릭을 유도한다. 과거 성범죄 피해자들을 되려 비난하던 “네가 조심했어야지”식의 사고방식에서 나온 안타까운 기사는 씁쓸한 웃음만 나오게 한다. 


사건 보도의 민감성과 언론·국민의 ’알 권리‘


 사건 보도, 재난 보도 등과 같은 경우,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한국 기자협회에서 제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실천 요강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 국민의 기본권을 위해 마련되었지만, 단순히 ’권고‘에 불과한 지침보다 화제성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 중 일부/


 이번 공무원 피살사건 역시 N번방 사태 때와 유사하게, 희생자의 유족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건 보도양상이 지속되었다. 사건의 중심에서 가장 존중받아야 할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상처는 진영논리와 화제성 아래서 전혀 고려되지 못한 것이다. ‘알 권리’라는 방패 뒤에서 어떠한 책임도 갖지 않는 언론은 ’사건 보도‘에 대한 지침 마련의 노력이나 충분한 고민 없이 사건 발생 상황 속에서 수많은 기사를 쏟아 낼 뿐이다.


 과연 언론이 사건의 진실, 사건 해결 방법 등 국민적 이해나 ’알 권리‘가 가장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인지, 언론 스스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공무원 피살사건에서 단순히 정부 소식통과 국회의원들의 자극적 발언들에만 의존하는 기사들은 사건의 진실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실태 파악 이전에 보도된 많은 기사는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며 사건 자체에 대한 진상 규명이나 실질적 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프레임’에만 집중하는 언론은 피해자와 유족들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무책임하고 배려 없는 기사를 쏟아내면서도 ’알 권리‘의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사이버렉카와 언론


 최근 유튜브에서 사건에 화제성에만 집중한 채,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이를 이슈화하는 ‘사이버 렉카’ 채널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구독자들의 ‘알 권리’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무분별한 정보들을 퍼 나르지만 잘못된 정보일 경우 발생하는 여러 피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들은 화제성과 클릭 수를 위해 자극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원, 과장된 제목과 썸네일을 활용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언론 역시 사건 속에서 사이버 렉카 채널들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뉴스’가 가진 권위는 그에 합당한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 책임은 지려 하지 않고 권위 및 화제성을 추구한다면 언론은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SNS 게시물, 인스타그램 DM, 커뮤니티 사이트 속 게시물과 댓글 등 개개인의 목소리가 가진 파급력이 늘어나고,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기 어려워진 오늘날의 인터넷 공간 속에서 언론의 책임감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진상규명과 문제 해결이 중요한 이슈인 사건 보도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무게감은 더욱 크다. 대한민국 언론은 1인 미디어 발달과 계속해서 줄어드는 언론 신뢰성의 상황 속에서 ‘사이버 렉카’ 채널들과 자신들이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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