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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2020 선플공모전 대상] 선플이라는 행복한 가면을 쓰고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0. 12. 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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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플이라는 행복한 가면을 쓰고


 인천세무고등학교 김아름

공들인 계획과 준비를 안고 입학한 고등학교, 예상보다 늦게 입학했지만 어쨌든 꽤 괜찮은 시작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처음 선택한 동아리가 ‘선플누리단’이었다. 처음에는 별생각도 없이 그냥 글쓰기가 좋아서, 그리고 뉴스 기사를 보는 것이 좋아서 활동했다. 

나는 원래 뉴스도 좋아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댓글이라는 기능도 좋아하는 사람.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다. 기사의 일방적인 정보제공 콘텐츠와 달리 댓글에서만 볼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인터넷 속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달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나 나는 댓글을 직접 달아 본 적이 없었다. 인터넷이라는 넓은 세계는 짜릿하고 즐거운 만큼 위험하다고 배워왔고, 인터넷에 내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무래도 어색했다. 내 댓글이 다른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끔 너무나 댓글을 쓰고 싶기도 했지만 친구와 의견을 말해보며 끝내 삼키기도 했다. 그러다 선플누리단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인터넷에서 글을 읽고 기사의 주인공이나 기사를 읽게 될 사람들이 기분 좋아지는 댓글을 쓰라 한다. 

누군가 내 글을 읽었을 때 기분이 좋게 하라니. 자유로운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따뜻한 단어들과 문장부호를 넣어가며 읽기 좋게 그리고 읽음직스러운, 짧은 댓글 하나를 만들어 올렸다. 이상하게 심장이 콕콕 뛰었다. 행복해졌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 보는 과정이 생각보다 신나는 일이었다. 

어쩌면 나는 이때 인터넷의 가면을 처음 써 봤을지 모른다. 나는 내가 쓴 댓글을 누가 읽게 될지 알 수 없다. 아무도 안 읽을 수도 있는걸. 그래도 어쩌다 내 댓글을 마주쳐 읽게 된 사람도 그 댓글이 내가 쓴 댓글인지 알 수 없다. 

신기한데 재미있어서, 다른 뉴스 기사에 들어갔다. 동물 체험관에서 공연을 하다가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에 관한 뉴스 기사였다. 이번에는 사람이 아닌 돌고래를 위한 글을 써 보았다. 당연지사. 돌고래가 내 댓글을 읽을 리가 없다. 

언젠가 그 돌고래가 사람으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내 댓글은 너무 작고 수많은 댓글 중 하나라 어차피 찾아서 볼 수 없다. 그래도 내 마음을 담아 따뜻한 선플을 만들어 올렸다. 선플 쓰기라는 소소한 취미를 만들었다. 나만 알고 있는 즐거운 소확행인 듯했다. 

선플을 쓰면 3명이 행복해진다고 한다. 선플을 주는 사람, 선플을 받는 사람, 선플을 읽는 사람. 오늘의 나는 3명을 행복하게 만들었나? 아니, 내 댓글을 읽은 어떤 행복한 사람이 또 선플을 쓰고 또 다른 행복한 사람을 만들었을지도 모르니까 셀 수 없이 많겠구나. 

나는 오늘 단 하나의 작은 선플. 선플이라는 연필로 행복한 세상 하나를 그렸다. 인터넷이란 가면을 인터넷의 폐해라고, 인터넷의 단점이라고 한다. 익명성은 과감한 제2의 나를 만들어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 가면을 웃는 얼굴의 가면으로 그려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해피엔딩인 가면무도회 하나 기획해보자. 각자 아름다운 가면 쓰고 즐거운 음악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 현실이 답답하면 가끔은 인터넷도 괜찮다. 이렇게 따뜻함을 배워나간다. 

나와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료해 준다. 말과 글에는 강한 힘이 있어서 그 강한 힘을 깡패로 쓰면 사람이 다치고, 운동선수로 쓰면 많은 사람들이 즐겁다. 글을 “잘”쓰는 건 소용없다. 글에 마음을 담을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선플누리단’에서 활동하면서 선플을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 다른 사람이 듣기 좋고 보기 좋은 글 그리고, 3명을 행복하게 하자는 책임이 달린 댓글을 쓰고 있다. 내 댓글이 다른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글에 마음을 담는 법을 배웠다. 마음을 담은 글을 눈살 찌푸리며 볼 사람은 없고, 글에 마음을 담는 사람 또한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글은 글에 나를 털어 넣는 일이다. 그만큼 책임 있게 댓글을 달자. 오늘도 선플을 쓰면서 왠지 내 가면의 두께가 얇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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