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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금지법’ 있으나 마나?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1. 7. 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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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금지법’ 있으나 마나?

선플기자단 3기 양준혁


‘갑질’과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


 지난 달 26일 서울대 여학생 기숙사에서 일하던 50대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 이러한 청소노동자의 사망에 대해서 처음에는 과도한 업무환경이 그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가중된 업무에 대한 부담을 청소노동자들이 온전히 떠맡아야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것은 일명 관리자들의 ‘갑질’이었다. 청소 업무를 전담하는 청소노동자들에 대해서 서울대 내 건물의 준공연도를 물어보거나, 건물명을 한자나 영어로 쓰는 것을 사전예고 없이 시험을 보게 하고 점수가 낮은 노동자들에게 모욕을 주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또한 노동자들의 근무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군대식 업무 지시를 하거나, 청소 노동자가 참여하는 업무 회의에서 ‘멋진 복장’을 착용하라는 등 드레스코드를 강요하였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서울대학교 측에서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서울대학교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반박하였다. 


출처: 아시아경제

죽음 이후에야 드러나는 ‘갑질’


 이러한 ‘갑질’ 즉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히 일부 사회 구성원들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사회에 이미 자리 잡은 악습에 해당한다. 지난 5월 네이버 직원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사건에서도 과도한 업무 강도와 더불어 직장 내 괴롭힘이 빈번하게 자행되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IT기업은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기업 문화를 가졌다고 평가받곤 하였다. 예를 들어 출근할 때 양복을 입지 않거나, 직장 상사 혹은 동료와의 호칭을 ‘님’이라고 통일하는 방식이었다. 그렇지만 수평적인 것처럼 보이는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에서는 이러한 ‘갑질’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실제로 네이버에서도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문제로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고, 이로 인해 퇴사한 직원들이 다수 존재하였다. 특히 강압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가장 대표적인 ‘갑질’로 지적되었는데, 소통 방식에 있어서 ‘너는 이 일을 하는데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거나 회의 중 물건을 던지고 설명을 듣지 않고 혼을 내려는 자세는 그들의 괴롭힘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갑질’은 누군가의 사망 이후 비로소 드러나곤 한다. 네이버에서 발생한 개발자들의 문제도 2019년부터 이의제기를 하였지만, 결국 개발자가 사망한 2021년 5월에서야 사회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실효성이 낮은 ‘갑질 금지법’

 이미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7월 근로기준법 제76조 2항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법령 일명 ‘갑질 금지법’이 시행되었다. 그렇지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신고를 사용자(고용주)에게 알리게 되어 있고, 법적으로 구체적인 처벌조항 없이, 사용자에게 적절한 처벌 조치를 취하라는 권고만 내려지기 때문에 허울뿐인 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실제로 2021년 직장 갑질 119와 공공 상생연대기금에서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답변한 비율은 무려 46.7%나 해당하였다. 특히 응답자 중 20대와 여성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답변한 비율이 각각 56.3%와 50.6%로 오히려 더 높았다. 조직 내 문제를 단지 조직 내에서만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제 사회적 문제로써 인식하고 우리 사회가 다 같이 해결하려는 시도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사단법인 직장 갑질119 

직장 내 괴롭힘,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

 기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가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방지하고자 내세운 상징적인 법에 불과하였다. 실제 법령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건을 직장에서의 지위, 관계의 우위를 이용했는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는지와 같이 다소 추상적인 조건만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나 사례는 제시한 바가 없기 때문에 피해자들도 어느 범위까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또한 신고방법에 대해서도 사용자에게 직접 신고하라거나, 혹은 5인 미만 직장에 대해서는 신고 방법에 대해서 적시하지 않는 등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법령으로 구체적인 직장 내 괴롭힘의 범위나, 형법 상 구체적인 처벌방식이 요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반적인 사람들도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꼭 신고를 통한 시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일상적인 공간으로 느껴지는 곳에서, 직장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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