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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과의 전쟁 1년···실효성에는 의문 부호, 포털 댓글 규제 정책 다시 보기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1. 7. 1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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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과의 전쟁 1년···실효성에는 의문 부호, 포털 댓글 규제 정책 다시 보기

대학생 선플기자단 김 건


 초기 댓글은 콘텐츠 소비자·시민과 콘텐츠 사업자·언론을 매개하는 소통 공간이었다. 이용자의 요구를 발견하고 피드백을 나누어 사회적으로 전방위적으로 ‘현대적 서비스 인프라의 구축’을 도모하는가 하면, 이용자 간에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상호작용하여 서로의 관점을 공유함에 따라 새로운 인터넷 공론장(Internet public-sphere)의 가능성도 발견되었다. 일방향적 전달 대신 양방의 소통 창구가 마련된 것이다. 특히 한국의 온라인 뉴스 생태계는 포털과 댓글문화와 함께 발전하였으며, 이에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포털 기반의 이러한 뉴스 소비를 ‘한국형 모델’이라 명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익히 알고 있듯, 댓글의 기능적 실태는 그리 녹록지 않다. 악의적으로 허위·비방 정보를 생산하거나 가짜 뉴스와 불법 정보를 확산하는 부정적 측면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중의 인기가 자양분이 되는 정치인·연예인·스포츠 스타 등에 ‘악플 포화’가 지속되면서 연일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악성 댓글이 문제시되면서 인터넷 공간에서의 ‘혐오 문제’가 다시금 환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 포털 3사는 작년 여름, 뉴스 댓글 창을 폐쇄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인공지능까지 동원하여 악성 댓글에 대한 모니터링 및 필터링을 강화했으나 앞선 시도들이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악성 댓글에 대응할 제도적·기술적 장치가 미비한 가운데 이러한 선택은 어느 정도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연예뉴스와 스포츠뉴스, 그리고 일부 정치 분야 뉴스 댓글 창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현재진행형인 악성 댓글 정책, 성과는 글쎄


 아쉽게도, 포털의 이러한 결단은 무위에 그쳤다. 1년간의 악성 댓글에 대한 여러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미비한 것이다. 네이버의 클린봇을 비롯한 AI 기반 악성 댓글 필터링이 도입되었으나 이는 악성 댓글 피해가 발생한 이후의 사후적 대응에 불과했다. 부정적 표현을 O 혹은 음표(♪나 ♬)로 치환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악성 댓글을 줄이는 데에는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다. 신고·제재 인프라가 강화되어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 신고 건수가 소폭 증가하였으나 이외에 별다른 효과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올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네이버는 ‘건강한 댓글문화 조성’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부터 뉴스 댓글 작성자의 프로필 사진을 노출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굴욕스럽게도, 전체 댓글 중 악성 댓글의 비율은 0.1%p의 변화도 없이 기존과 동일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악성 댓글의 본인 삭제 비율 역시 고작 0.03%p 증가하여 별다른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역효과마저 발생했다. 댓글에 프로필이 노출되자 전체 작성자 수가 소폭 감소한 것이다. 정책 시행 전에 비해 한 달간의 누적 댓글 작성자 수가 30만 명가량 감소하였다. 즉 올해 야심차게 시행된 ‘댓글 작성자 프로필 노출’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는커녕 악영향을 초래했다. 악성 댓글 및 본인 삭제 댓글이 전체 댓글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변화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댓글 작성은 감소한 것이다.

 이용자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프로필을 설정해두지 않는 이용자가 많아 악성 댓글 예방에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프로필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됨에 따라, 도용 및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네이버는 “댓글 모음 페이지로 번번이 이동하지 않고도 댓글 사용자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사용자 간 소통이 더 활성화되기 위함”이라며 “앞으로도 댓글 공간을 더욱 건강하게 활성화할 수 있도록 댓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으나 정책을 둘러싼 잡음은 지속될 전망이다.


예상치 못한 풍선효과, SNS 악플 낳아


 대형 포털의 댓글 폐지가 악플 근절에는 실패했으나 인터넷 생태계의 지각변동을 야기하면서, 예상치 못한 풍선효과를 초래했다는 관점도 존재한다. 악성 댓글이 고스란히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SNS DM(다이렉트 메시지) 등으로 옮겨간 것이다. 지난해 한차례 SNS 악플이 도마에 오른 데 이어 올해에도 프로야구선수들이 집단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SNS 악성 댓글 피해자들은 더 큰 심리적 불안을 호소한다. SNS 내의 비방과 폭력은 당사자 본인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배우 하연수는 “네이버 댓글 기능이 사라져서 여기까지 와주신 것 같다”며 오히려 악의적 공격을 더 가까운 곳에서 접하게 되었음을 하소연한 바 있다. 누리꾼들은 악성 댓글 가해자들이 대거 SNS로 유입되면서 정상적인 팬덤 활동마저 어려워졌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SNS 혐오의 보편화가 일반인 피해 증가까지 초래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근본적·다층적 해결책 모색해야


 요컨대 현 포털의 댓글 규제에 대해 결함과 부작용을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앞선 통계가 증명하듯, 댓글 폐지는 악성 댓글 근절의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인터넷 생태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 창구의 전면적 폐쇄와 참여 감소는 공론장의 퇴행을 의미한다. 논의의 장이 사라진 가운데, 악성 댓글은 여전히 커뮤니티와 SNS를 넘나들며 자유로이 활보하고 있다.

 악성 댓글에 대한 기존의 시선과 정책 기조가 지나치게 결과론적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차단과 처벌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고, 원인과 사회적 요인을 구하는 시도는 부재했다는 것이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초등·중등·대학·시민을 망라하는 정보윤리 강화 교육과 사업자들의 기술적 대응이 동시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증되지 않은 사후적 대응책을 남발하기보다는 범사회적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보다 근원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플운동본부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선플달기운동’을 지속함은 물론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폭력예방교육’ 의무화를 요청해 왔다. 실효성 없는 제재보다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번 악성 댓글에 대한 시민적 관심은 누군가의 희생이 동반된 찰나의 순간에만 일시적으로 피어올랐다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 속 폭력은 엄연한 사회 문제다. 미봉책의 남발 대신, 보다 본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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