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플기자단 손준범
지난 4월 25일 새벽 3시~5시경에 서울 서초구 반포3동 반포한강공원에서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재학 중이었던 손정민 학생이 친구 A와 함께 음주를 한 뒤 잠을 자다가 5일 뒤인 4월 30일 15시 50분 경에 반포대교 인근 수중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사건 초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생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손상들이 발견되어 사인이 익사가 아닌 타살일 가능성이 컸으며 실종자와 함께 있었던 친구 A를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으나 이후 방송과 여러 조사들을 거치며 현재 최종 사인은 익사로 판정되었다.
그러나 A를 의심하는 과정에서 일부 유튜버와 네티즌들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무시하고 친구 A를 살인자로 이미 단정 지은 채 그를 향한 무분별한 허위 뉴스와 도가 넘는 글들을 다수 생산하고 친구 A의 신변 보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등 확증편향과 사이버 렉카의 심각성이 드러났었다.
사건 발생 하루 전이었던 24일에 친구 A는 실종자와 만나기 전 이미 술에 취한 상태였고 2차로 한 잔 더 하기 위해 실종자에게 함께 술을 마시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한강 공원에서 1시 20분부터 24분까지 실종자는 엄마와 연락을 하였고 45분부터 친구 A와 실종자의 휴대폰으로 영상을 촬영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2시부터 2시 50분까지 만취 상태였던 친구 A가 옆에서 누워있던 실종자를 흔들어 깨우려 했다고 한다.
오전 3시 37분에 친구 A는 자신의 휴대 전화로 전화를 했으나 이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목격자의 제보에 따르면 3시 40분부터 실종자와 친구 A 2명 모두 원래 있던 장소에서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오전 4시 27분 경에 친구 A가 원래 있던 장소에서 10 m 떨어진 부근에서 잠을 자고 있던 모습을 한 목격자가 발견하고 그를 깨웠다고 한다. 당시 A의 옷이 물에 젖어있거나 흙이 묻은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이후 4시 32분 경에 친구 A가 혼자 한강 공원을 나와 50분 경에 집에 도착했다. 그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실종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며 노트북과 태블릿PC, 그리고 본인의 핸드폰이 아닌 실종자의 휴대폰을 갖고 있었는데 어째서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지난 달 1일, 국과수에서는 부검 결과 실종자의 시신의 머리와 귀 뒷부분 등에 상해가 존재했고 셔츠가 찢겨져 있고 어깨와 목 부위에 혈흔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점에서 실종자의 사인이 익사(실족사)가 아닌 타살이지 않냐는 의혹이 한동안 불거졌었다.
또 실종자의 유족 역시 친구 A가 장례 3일째임에도 연락두절에 전자기기를 뒤늦게 제출한 점, 신고 있던 신발과 입고 있던 티셔츠를 제출하지 않고 버렸다는 점 등을 근거로 같이 있었던 친구 A를 강하게 의심하였었다.
사건 초기에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이라는 이슈를 악용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단 기자들과 범죄영화처럼 영상을 제작하고 허위 사실들을 사실처럼 부풀린 유튜버들(이른바 ‘사이버 렉카’)이 다수 존재해 A를 피의자로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문제는 이처럼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글들을 곧이 곧대로 믿고 그에 대한 반박 글들은 무조건 배척시킨 채 A를 섣불리 피의자로 단정 지어버리는, 이른바 ‘아님 말고’,‘방구석 코난’들이 사건 초기에 다수 존재했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A가 속해있던 대학교의 익명 커뮤니티, 그리고 유튜브 등에서는 용의자의 실명과 신상 등을 허락 없이 공개했다. 또 “저런 사람이 나중에 의사가 될까 봐 무섭다.”,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사냐”, “A의 가족 중 유력 인사가 있어 사건을 은폐했다”와 같은 자극적이거나 근거가 부족한 게시글 혹은 댓글들이 한동안 많이 올라오며 다수의 공감을 받았었다.
결국 지난 달 29일, 지상파 S사 방송에서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프로그램이 방영되었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분석한 끝에 타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결론지어졌다. 또한 사건 초기에 의혹의 증거로 제시되었던 유튜브 영상들이 대부분 음모론의 입맛에 맞춰 악의적으로 편집된 영상임이 밝혀졌고 이를 제작했던 유튜버 대부분이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한다. 이 방송을 통해 타살설이 지배적이었던 당시 여론이 크게 뒤집히게 되었다.
사건 초기에 일부 네티즌들이 보였던 섣부른 행위와 용의자의 신변 공개 및 인신 공격은 자칫 무고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수 있으며 감정이 아닌 근거를 통해 이성적으로 판결해야 한다는 수사의 기본 정신을 무시하고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용의자에 대한 의심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의심을 넘어서 피의자로 확정되지 않은 용의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앞으로는 지양해야 할 태도이다.
지난 16일에 시민 200여 명이 서울 한강 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故손정민 군을 위한 평화집회 및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었다.
당시 사인이 타살일 것이라는 여론이 다수였으며 검찰의 수사 과정에 의혹이 많다고 여긴 많은 시민들이 추모에 동참했으나 한강 공원 내에서 5인 이상 모임 금지 권고를 어기고 집회가 이루어졌으며 일부에서는 추모하는 과정에서 거리두기에 동참해 달라는 시민들을 향해 우산으로 공격하는 등 과격한 몸싸움 등이 있었다고 해 논란도 있었다. 또한 집회신고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이 ‘미신고불법 행진’이라고 막아섰으나 경찰 저지선을 뚫고 행진을 이어간 시민들도 존재하였다.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선에서 추모의 본질을 흐리지 않고 건전하게 추모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소송의 피고인은 사법부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고한 사람으로 추정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번 사건 초기에는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었던 것 같다. 게다가 일부 네티즌들은 S사의 프로그램 방영 이후 시청자 게시판으로 몰려가 방송 내용이 공정하지 않다며(A를 두둔하는 방송) 방송 폐지를 촉구했고 한동안 게시판 접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한 시민은 자신은 유튜브만 믿는다고 발언하며 논란을 빚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 사건이 제2의 타진요 사태로 변질되어 가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었다. 타진요 사태는 학력 위조로 의혹을 받았던 타블로 측에서 졸업 사실을 증명하였으나 이를 믿지 않으며 의혹 제기를 이어갔던 사건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이 사건의 사인이 익사로 판결이 되지 않았더라도 판결이 나기 전까지 용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악성 게시글들이나 근거 없는 허위 글들을 올리는 행위 역시 또 다른 온라인 폭력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과 무고한 피해자를 양성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앞으로 인지해야 할 것이며 판결 전까지는 중립적인 자세를 최대한 유지하며 사건을 관찰해야 할 것이다.
한때 여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 사건이 발생한 지 2달이 되어가는 현재는 다소 여론이 잠잠해졌으나 여전히 이 사건을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해 한강 공원을 방문하고 있는 시민들도 존재한다. 한편 SNS에서는 #손정민, #손정민군애도 등과 같은 해시태그를 사용해서 고인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물결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고인이 속해있던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이따금 고인을 향한 추모글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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