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더힐 OOO’과 ‘플렉스 문화’에 대한 고찰

‘한남더힐 OOO’과 ‘플렉스 문화’에 대한 고찰

선플기자단 정승하

  MZ세대는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 자신의 이름 및 자기소개를 색다르게 설정하는 것도 개성 표현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청소년들이 SNS 계정의 이름을 설정하는 방식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명을 이름 앞에 설정하는 유행이 퍼진 것이다.

‘한남더힐 OOO’, ‘트리마제 사는 OOO’... 논란 일으킨 청소년 유행

  해당 유행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였다.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자기 집 적어 놓는 것 어때?’라는 제목의 게시글은 해당 유행에 대한 설명을 포함했다.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한남더힐, 트리마제, 시그니엘 등 서울 소재 최고급 아파트 이름을 입력하면 이름 앞에 해당 아파트 이름을 붙인 계정이 다수 보인다는 것이다.



  해당 계정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하면 대다수가 초등학생, 중학생 등으로 확인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것이 최근 어린 학생들 사이의 유행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어떤 표현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SNS 채널의 특성상 해당 사용자들이 실제로 그 아파트에 거주 중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많은 학생 사용자들이 ‘OO 아파트 사는 OOO’ 형식으로 계정 이름을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의견은 양분되는 양상을 보인다. 어린 학생들이 유행을 만들어 따르는 모습이 마냥 귀엽다는 반응이 있고, 거주지를 나타냄으로써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이런 학생들이 성인이 되면 대학교 이름과 직장 이름까지 기재할 것만 같다는 냉소적인 반응 역시 있었다.


이런 유행, 도대체 왜? 플렉스 문화에서 찾는 그 시작점

  아파트명을 통해 자신을 나타내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문화는 최근 MZ세대에게서 자주 보이는 소비양상 및 문화인 ‘플렉스 문화’와도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플렉스(Flex)’란 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래퍼들이 명품 등 귀중품을 구입하여 자랑하는 모습에서 유래되어, ‘고가의 물건을 자랑한다’ 등의 의미로 통한다. 이 단어는 우리나라에서도 힙합 문화가 만연해지고 국내 래퍼들이 가사에 빈번히 사용하기 시작하며 유행을 탔다.

  이러한 문화는 20대, 30대뿐만 아니라 10대 사이에서도 유행했다. ‘아파트명 + 이름’ 형식의 유행 이전에, 명품 구입 및 소비의 유행이 먼저 유행을 타던 때가 있었다. 학생 신분으로서 일반적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명품 옷 등을 사기 위해 부모님께 무리한 부탁을 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명품을 구매하고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 역시 있었다. 그러고 나서 해당 물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후 ‘플렉스 인증’ 등의 캡션을 작성하여 ‘좋아요’를 얻는 것이다.


이번 청소년들의 유행이 던지는 시사점은

  결론적으로 ‘한남더힐 OOO’, ‘트리마제 사는 OOO’등 ‘아파트명 + 이름’ 형식의 계정 이름 설정이 유행한 것은 ‘플렉스 문화’에 편승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신이 정당하게 번 돈과 노력을 통해 얻은 것을 당당하게 자랑하는 것은 결코 잘못이라고 할 수 없지만, 비뚤어진 방식으로 ‘플렉스’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성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그런 잘못된 ‘플렉스 문화’는 자아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의 가치관과 행동 양식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SNS 채널은 자신의 개성과 흥미를 더 자유롭게 표현하는 건전한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파트명 + 이름’ 등의 계정명과 학생 신분에 맞지 않는 수준의 게시글 등은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고 SNS의 본질을 흐릴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SNS 문화 조성을 위해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 이용자들까지 그간의 이용 방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