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모음에서 시작된 역주행 신화, 희망의 아이콘으로

댓글모음에서 시작된 역주행 신화, 희망의 아이콘으로

대학생 선플기자단 정혜진

최근 SNS와 가요계 음원차트에서는 ‘역주행’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 ‘역주행’이라는 단어는‘같은 찻길에서 다른 차량들이 달리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달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현재 SNS 상에서 유행처럼 쓰이는 차트 ‘역주행’은 발매 당시에는 차트 상위 100위 안에 진입하지 못했던 음원이 특별한 계기로 인해 차트 상위 100위 안으로 처음 진입하거나, 또는 활동이 끝난 음원이 차트 상위 100위 안에 재진입하여 큰 주목을 받게 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고 노래를 찾아 듣게 되면, 한 노래가 음원차트의 낮은 순위에서 높은 순위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댓글모음 영상에서 시작된 역주행 열풍

‘역주행’이라는 단어가 처음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은 2014년 걸그룹 EXID의 ‘위아래’였다. 그룹의 멤버 하니의 무대 직캠 영상이 크게 화제가 되면서 해당 곡과 그룹은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역주행 신화를 보여주었다. ‘위아래’ 음원은 발매 당시에는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 차트에서 아웃 되었지만, 해당 그룹과 노래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차트에 재진입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유튜브의 댓글모음 채널이 역주행 현상을 일으키는 시작점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가수들의 무대영상에 달린 댓글들 중 재치 있거나 눈에 띄는 댓글들을 모으고, 무대영상의 하단에 함께 편집하여 다시 새롭게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상은 주로 유튜브 또는 SNS의 인기 동영상으로 추천되어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고, 유행처럼 퍼져 나가 크게 화제가 된다.

인터넷 문화의 선순환구조

특히 지난 4월 가요계 음원차트에는 엄청난 역주행 열풍이 일어났다. 음원 사이트 멜론의 4월 4주차 (4월 19일-25일) 주간차트에는 TOP 10곡 중 6곡이 역주행을 한 과거 곡들로 이루어지는 초유의 현상이 펼쳐졌다. 브레이브걸스, SG워너비, 아이유가 그 주역이 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위문공연 무대영상의 댓글모음으로 크게 주목을 받게 된 브레이브걸스는 SNS를 포함한 인터넷 문화의 선순환 구조를 잘 보여준다. 해체 위기에 놓여있던 브레이브걸스의 기적적인 역주행 스토리를 만들어준 ‘브레이브걸스_롤린_댓글모음’ 영상은 유튜브에 업로드 된 후 2개월만에 1,9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브레이브걸스는 오랜 무명가수 생활을 극복한 인생역전 걸그룹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가장 인기를 끈 ‘롤린 (Rollin’) 뿐만 아니라 브레이브걸스의 ‘운전만 해 (We Ride)’, ‘하이힐’ 등의 과거 무대영상도 재조명 받으며 음원차트 정상권에 함께 오르고 있다. 브레이브걸스의 무대에 열광하는 영상 속 장병들의 모습과 대중들의 재치있는 댓글이 어우러져 보는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이에 멤버들의 힘들었던 과거 이야기까지 조명되면서 대중들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 신화를 일으킨 주역은 유튜브의 인기 댓글모음 채널 ‘비디터 VIDITOR’로 꼽힌다. ‘비디터’는 브레이브걸스 이외에도 ‘이장원_지코_쉬즈어베이비_댓글모음’, ‘투피엠_우리집_댓글모음’ 등 다양한 댓글모음 영상을 업로드함으로써 가수와 음원이 재조명 받고, 화제성과 인기를 얻게 되는 현상에 크게 기여했다.

선한 댓글이 모여 만드는 선한 영향력

댓글모음 영상에서 출발한 역주행 신화는 가수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단순히 걸그룹 팬덤이 확대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체위기에서 벗어나 1위에 오른 브레이브걸스의 인생역전에 자신들의 삶을 투영하며 용기를 얻는 대중들이 생겨났다. 약 5년간의 무명가수 생활을 꿋꿋이 이겨내고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는 그들의 영화 같은 이야기에 “노력해도 안된다며 힘겨워 하는 이들이 많은데,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서 힘이 난다”, “실패와 좌절을 딛고 브레이브걸스가 일어선 모습에서 보는 이들이 기운을 얻게 되었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 덕분에 힘든 시기를 버텨낼 에너지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브레이브걸스를 응원하는 대중들 대부분의 공통된 반응이다. 입시준비로 힘들어하는 학생들부터 계속되는 실패에 좌절하는 취업준비생, 사업 실패의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되찾았다고 이야기 하는 댓글들이 관련 영상에서 이어져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댓글모음 영상에서 출발한 역주행 신화는 댓글 하나하나가 모이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게 되는지, 사람들의 인생에 얼마나 큰 변화를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댓글이 모여 만드는 선한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역주행의 인기를 누리는 가수들뿐만 아니라 좌절의 시기에서 희망을 얻게 된 청춘들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낸 이번 사례를 통해 인터넷의 선순환구조를 체험하고 더 나아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면, 보다 건강한 인터넷 문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