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플기자단 2기 최보영
'개말라 인간', '프로아나(pro-ana)'란?
요근래 SNS 상에서 '개말라 인간', '프로아나(pro-ana)' 등 극단적임 마름을 지향하는 10대~20대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프로아나’는 찬성이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어 '프로(pro)'와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을 뜻하는 '아나(anorexia)'를 조합한 신조어로, 거식증 환자의 생활양식을 지향하는 이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이름이다. 거식증 환자들이 살이 찌는 것을 두려워해 인해 먹는 것을 거부하는 것과 같이, 이들은 #먹토(음식을 먹고서 토하기) #씹뱉(음식을 씹고 삼키지 않고 뱉기) #섭장(섭식장애)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목표 체중(167cm/목표43kg)을 내걸고 식단과 생활을 SNS로 공유한다. 더하여 체중을 줄일 수 있는, 필히 건강에 좋지 않은 정보들을 주고받거나, 빼빼 마른 사진을 올리며 마른 몸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불태우는 것이다.
이들은 프로아나라고 스스로를 지칭하는 만큼, 정상적인 생활 양식이 아니라는 자각은 있지만, 조금 정도가 강한 다이어트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개중에는 프로아나들이 체중을 줄이기 위해 심각한 방법을 쓰는 경우 또한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다. 앞서 대표적인 해시태그로 쓰인 먹토, 씹뱉뿐만 아니라 설사약 복용, 장시간 단식 후 소금물 대량 섭취 등 건강에 치명적인 방법이 의학적인 지식 없이 공유되기도 한다. 또한, 10대 학생들은 부모님과 동급생들에게 프로아나임을 들키지 않기 위한 여러 방법을 공유하기도 하는데, 이런 SNS를 통한 정보 공유로 인해 거식 생활 치료가 늦어지는 것 또한 하나의 문제다.
이처럼 프로아나는 SNS의 안 좋은 측면이 드러난 예시 중 하나로도 볼 수 있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 프로아나를 검색하면 '같이 조이실 분 찾아요(같이 체중 줄이실 분 찾아요)'라는 문구가 자주 보인다. 일상에서 프로아나를 실천하는 동료를 찾기는 어렵지만, SNS상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본래라면 프로아나를 하다가도 지쳐 그나마의 건강을 되찾았을 이들이, 같은 목표 의식을 공유하며 잘못된 목표로의 의지를 한층 공고히 한다. 헬스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이 나 혼자일 때보다 훨씬 강한 의지를 갖는 것과 같이, 이들은 그 에너지를 불건강의 방향으로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마른 체형을 좋아하는 한국 사회
그렇다면 이렇게 프로아나가 유행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사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대개는 한국 사회가 원하는 미의 기준이 마른 여성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 가장 큰 공통적인 이유를 차지할 것이다. 어떤 프로아나 계정 운영자는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사회에서 그렇게 되고자 하는 방법은 비난하는 것이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러한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에서는 '왜 이렇게 살이 쪘어?', ‘살 좀 빼야겠다.’ 등 체형에 대해 걱정을 앞세워 함부로 말하는 일이 많고, TV에서 비만인을 희화화하는 '팻 셰이밍(Fat shaming)'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반면 10~20대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많은 아이돌은 지나친 저체중의 프로필을 가지고 있고, 댓글 창에는 이들 체형에 대해 멋지다, 예쁘다 등의 찬사가 넘쳐난다. 실제로 2010년대에는 유명 걸그룹의 식단표가 인터넷을 떠돌아다녔고, 이를 실제로 따라해본 후기들도 수없이 많았다.
여성 10명 중 9명꼴로 자신의 체형에 불만족…
이와 같은 사회적 시선과 미디어의 영향으로, 한국의 많은 여성은 마른 체형에 집착하거나, 자신의 체형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서 2015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자 대학생 233명 중 11.5%(25명)만이 자신의 체형에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프로아나'는 개중에 극단적인 예시로 사회에 나타난 것뿐,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어째서 우리 사회의 많은 여성은 자신의 체형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을까? 그 원인은 앞서 말한 바와 같다. 가볍게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말, TV에서 등장하는 마른 몸을 가진 연예인에 대한 찬사, 포토샵으로 수정된 쇼핑몰의 모델 샷과 실제의 비교 등 하나의 기준에 맞지 않는 체형을 깎아내리는 요인들이 우리 사회에는 수없이 많다. 특히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청소년기에는 더욱 그렇다.
미국의 ‘자기 몸 긍정주의’
미국에서는 날씬한 몸보다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자 하는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 열풍이 불며, 패션 트렌드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선보이며 뼈대가 굵고 몸집이 큰 여성의 체형 또한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또한 세상에는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반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여성의 아름다운 체형은 가냘프고 여리여리한 이미지 하나에 한정되어 있을 뿐, 플러스 사이즈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하다. 어느 쇼핑몰에서든 찾아볼 수 있는 프리사이즈(어떠한 체형의 사람에게도 맞도록 만들어진 옷에 붙는 사이즈 표시)의 옷들만 보아도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다양한 체형에 대한 고려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또한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에 대한 긍정적인 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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