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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횡포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1. 1. 2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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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의 횡포


대학생 선플기자단 2기 박선영


  ‘갑질’이라는 말은 흔히 들어 보았을 것이다. 갑질이란, 계약 권리상 쌍방을 뜻하는 갑을(甲乙)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방침에 강제로 따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갑질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행동으로 인식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사회엔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갑질, 하나 : 편리해진 사회, 늘어나는 모순.
  이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배송·배달’은 필수 요소가 되었다. 새벽배송, 로켓배송 등 택배 시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배송이 등장하고 있고 이에 대한 수요 또한 높아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배달 어플리케이션의 등장으로 기존에 있던 음식 배달시장이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한집 배달, 도보 배달, 자전거 배달 등 다양한 형태의 배달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배송·배달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비해 이를 이용하는 자들의 의식수준은 아직까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실 택배 및 배달 차량의 출입을 금지하는 일은 정도만 다를 뿐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무거운 짐을 여러 개 배달해야 하는 택배기사들은 추가 요금 등과 같은 다른 방법을 요구하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최근엔 서울 성동구의 어느 신축 아파트에서 단지 내 배달차량의 출입을 막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아파트 내 경비 업체가 아파트 입구에 배달 오토바이를 세우고 도보로 배달을 하도록 하고, 배달 기사들의 신분증을 요구하여 화물 승강기를 이용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배달대행 업체는 외식업체 가맹점주들에게 이 아파트에는 배달 할증료를 2천원을 더 받겠다고 공지했다. 또, 다른 배달대행 업체들도 이에 가세하여 배달 할증료를 부과한 상태이다. 


주상복합아파트 광장 앞에서 열린 소규모 집회 
출처 : 오마이뉴스


  이와 유사한 사례도 있다. 마포구에 위치한 어느 주상복합아파트는 입주민회에서 신분 및 소속 요구에 응답한 배달기사들만 화물 승강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배달 기사들은 해당 아파트 광장에서 소규모 집회를 열어 ‘배달원은 화물이 아니고, 손님은 귀족이 아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아파트 측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아파트 측에선 배달음식으로 인해 엘리베이터 내에 냄새도 많이 나고 내부가 지저분해진다며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해명을 하였지만, 이 아파트는 일 년 후 또 한 번 문제가 발생했다. 2019년 11월, 유튜브 채널인 ‘워크맨’에서는 ‘길치가 배달알바하면 생기는 일’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되었다. 방송인 장성규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용이었는데, 장씨가 직접 배달 기사들이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고객에게 주문을 받고 배달을 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때 장성규가 13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였지만 엘리베이터가 3층까지 운행하는 바람에 다시 내려 거주민 전용 엘리베이터로 갈아타야 했다. 하지만 거주민 전용 엘리베이터는 전용 카드키가 없으면 층수 버튼을 누를 수 없었고, 우연히 거주민을 만나 겨우 13층에 거주하는 고객에게 배달을 할 수 있었다. 이에 시청자들로부터 거주민을 위해 배달기사들이 굳이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는 것을 피해주어야 하고, 입·출구를 따로 찾아야 하는 엘리베이터를 번거롭게 이용해야 하냐며 많은 비판이 빗발쳤다. 
  남양주 다산 신도시에서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택배 대란이 일어났다. 택배 기사들이 주차장에 택배를 내려놓고 주민들이 직접 수령해 가도록 한 것이다. 이는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후진하던 택배 차량에 어린이가 다치면서 주변 아파트까지 출입을 막으면서 택배회사와 주민들 간의 갈등으로부터 불거졌다. 주민들은 택배 업체의 미흡한 대응에 따른 조치라고 주장했다. 집으로 배달하는 것을 요구하지만 아파트 단지에 택배 차량이 들어 올 수 없는 것이다. 그 결과 택배 기사들은 입구에 차량을 주차하고 각 세대 앞까지 손수레를 끌고 배달하였다. 최근 한 언론에서 이 지역의 아파트를 다시 취재하였는데 아직도 이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7월, 다시 한 번 택배 대란이 발생했다. 이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자체에서 ‘실버택배’ 즉, 택배 업체가 아파트 입구의 거점까지 물품을 운송하면 실버택배 요원이 집까지 배달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주민들은 실버택배요원을 고용하는 것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부하였었다. 하지만,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모든 책임을 택배 회사로 전가하며 달라진 것 없이 지금가지 손수레를 이용하여 배송해 온 것이다. 
  물론 우리사회는 이런 아파트의 입장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거주민들을 보호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실제로 보안이 허술한 빌라나 아파트의 경우 이런 허술한 보안을 노린 흉악 범죄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일리 있는 주장이기도 하다. 또한, 택배차량이나 배달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서로의 배려가 필요하다. 배달료를 지불한다는 것이 무조건 고객 한명한명에게 맞춤 서비스를 해준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즉, 배달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갑질을 정당화할 수 없다. 

갑질, 둘 : 경비원 폭행


  지난 5월 경비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출처 : 연합뉴스


  최근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이 아파트 경비원 2명을 폭행하고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과 난동의 이유는 함께 타고 가던 지인의 차를 막았다는 이유이다. 이 남성은 경비원 A씨의 배 부위를 주먹으로 여러 번 때리고 다른 경비원 B씨의 얼굴도 때렸으며 이 과정에서 B씨의 코뼈가 부러졌다. 또한, 욕설과 함께 침을 뱉거나 의자로 경비실 창문을 내려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 남성은 당시 지인의 차를 타고 아파트로 들어가려다 차량이 등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입구를 이용해야 한다는 경비원의 말에 폭행과 난동을 행한 것이다. 이에 이 아파트 주민 4000여 명은 경비원을 폭행한 이 입주민을 엄벌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을 상습적으로 폭행해 자살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 가해자에 대해 재판부는 지난달 12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가해자 C씨는 지난 4월 강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경비원 D씨와 주차 문제로 다투면서 D씨의 얼굴을 때렸다. 이후 C씨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경비실 화장실로 D씨를 끌고 가 12분 여 동안 감금하고 구타하며 코뼈를 부러뜨렸다. C씨는 쌍방폭행이라고 말하며 B씨에게 돈을 준비하라는 등 협박하기도 했다. D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자택에서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런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위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경비원에 대한 폭행은 단순히 타인에 대한 폭행이 아니다. 갑에 의한 폭행이다. ‘우리(주민들)가 월급을 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경비원은 ‘머슴’과 다를 바 없다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위의 경비원 자살 사건에서 가해자는 경비원을 머슴이라고 칭하며 망신을 주었다고 한다. 또, 폭행만이 갑질이 아니다. 상해를 입히는 행위뿐 아니라 경비원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명목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주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의 비매너적인 행위나 언어폭력도 자주 발생한다. 이는 경비원에 대한 배려부족이라고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들을 같은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즉, 쉽게 하대하고 무시할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다. 
  
  최근 택배노동자들의 과로 방지를 위해 택배 노사와 정부가 과로사 방지 합의안을 마련했다. 과로사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분류작업에 별도의 전담인력을 투입하여 분류작업과 송달작업을 분리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택배 회사라는 갑과 택배노동자라는 을,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 간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처럼 우리사회 속에서 나타나는 갑질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갑질은 잊을 만하면 큰 문제로 공론화된다. 하지만 공론화되지 못하고 억울하게 묻혀버린 사건들도 존재한다. 이는 많은 사건과 그에 따른 비판 속에서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과로사 방지 합의안과 같이 갑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제언한다. 


  하지만 제도화 같은 사회적 합의만이 답은 아니다. 개인 차원에서 또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는 누군가를 통해 편리함을 얻는다면 그 편리함을 제공하는 사람에 대한 감사함을 가져야 하며 존중의 태도 또한 필요하다. 또, 나와 상대는 대등한 존재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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