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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어디에…젠더갈등으로 비화한 디지털 성범죄 이슈

악플혐오 VS 선플

by 코끼리코라우 2021. 1. 2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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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어디에…젠더갈등으로 비화한 디지털 성범죄 이슈


대학생 선플기자단 김 건



  작년 상반기 벌어진 ‘N번방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심각성에 경종을 울렸다. 다행히 관련자들이 대거 구속되었고 당정은 디지털 성범죄 예방 및 처벌을 위한 법리적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성범죄 이슈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가 다시 한번 달아올랐다.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에 대한 성 착취 논란이 일기 시작하더니 이내 ‘알페스’가 등장하고 ‘딥페이크’가 따라 나온 것이다. SNS, 각종 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까지 해당 글들이 가득 메워졌다.

남녀 간 비방이 목적, 디지털 성범죄에 관심은 제로

 문제는 일련의 현상들이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관심을 둔 행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판받아야 할 성폭력 문제가 난데없이 ‘젠더갈등(성별갈등)’으로 비화한 것이다. 본질은 호도되고 또다시 반목으로 점철된 인터넷 공론장에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9일을 기점으로 '여초'(女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를 상대로 한 성희롱을 비판하는 글이 다수 게재되었다. ‘이루다 성 노예 만들기’, ‘이루다 능욕 공략’ 등 스무 살 여대생을 모델로 설정된 AI를 대상으로 일부 누리꾼들의 어처구니없는 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이어 '남초'(男超) 커뮤니티에서는 실제 남성 연예인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노골적인 동성애 행위를 묘사하는 알페스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실제 남성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엄연한 범죄라는 것이다. 

 아쉽게도, 글의 주된 내용은 비윤리적 행위나 범죄의 심각성을 꼬집기보다는 남성 혹은 여성 서로를 ‘추잡하다’며 혐오하는 것이었다. 각 커뮤니티는 ‘알페스’, ‘딥페이크’, ‘이루다 성희롱’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키워드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올리기 위한 챌린지를 독려하기도 했다. 알페스의 주된 피해자가 남성이고 딥페이크의 주된 피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남녀 누리꾼들 간 신경전이 일어난 것이다.

불붙은 남녀갈등,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맞불 통해 여론몰이 경쟁까지

 결국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성년자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시되었다. 해당 청원에는 약 20만명이 동의했다. 이에 하태경 의원이 알페스를 성범죄로 규정하고 제작자와 소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자 딥페이크 처벌을 청원하는 글이 경쟁하듯 게재되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합성 기술을 지칭하지만, 해당 기술이 연예인 및 특정인의 얼굴과 포르노를 합성하는 데 악용되어 문제가 된 바 있다. 13일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재된 해당 글은 34만여 명의 지지를 얻었다. 종전의 실시간 검색어와 마찬가지로 국민청원 역시 여론몰이 경쟁의 형태로 이뤄졌다.

아차 싶으면 남녀갈등, 본질 흐리기 경계해야



 알페스, 딥페이크의 대상에는 남녀가 구분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어느새, 비윤리적 행위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할 논의의 장에는 남녀가 양극단에 서서 진영을 가르며 싸우는 상황이 연출됐다. 작년 전국민적 공분을 샀던 N번방 사건 역시 혐오의 소재로 소환되었다. 근래의 이슈들은 아차 싶으면 젠더 프레임 아래 남녀갈등으로 둔갑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는 남녀갈등으로 인해 본질이 흐려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빠른 기술발달로 인해 지각변동이 나타나는 시대인 만큼, 각 문제의 흐름을 명확히 진단하고 알맞은 사회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경닷컴에 따르면,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은 “전혀 남녀갈등의 문제가 아닌데 ‘너네도 잘못한 게 있는데 왜 우리한테만 그러냐’고 말하고 싶은 이들이 있는 거다. 문제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단순히 성별이 나뉘어 싸우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라며 “문제의 본질을 희석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사안들이 건전한 시민들의 논의를 거쳐 개선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흐름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은 모두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과 올바른 사회 구축을 부르짖으면서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해관계의 충돌이 남녀 진영 가르기로 비화하는 경우, 맹목적인 혐오와 반목으로만 귀결되고 있다. 성폭력 이슈는 이해관계를 따질 사안이 아니다. 해당 이슈는 물론 모든 정치적·사회적 이슈에서 남녀갈등을 부추기는 이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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