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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보다 영어를 알아주는 사회

사회 문화

by 코끼리코라우 2021. 8. 13.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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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보다 영어를 알아주는 사회



대학생 선플기자단 3기 박선영


  우리나라는 고유의 언어인 ‘한글’을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에 들어와 외래어 사용이 매우 증가했다. 이는 특정 분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물론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 우리나라의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외래어가 생겨난 계기나 사용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와 모국어인 한국어보다 외래어가 우선시 되는 사회 분위기는 우려스럽다. 이 문제는 특히 ‘영어’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한국 사회의 교육문화 특성상, 적어도 의무교육 수준에서 교육을 받은 대부분 사람은 기초적인 영어 정도는 할 수 있다. 영어 단어를 보고 읽을 수 있으며, 기본적인 문장 정도는 듣고 말할 수 있다. 또, 영어 문장을 보고 빠르게 해석 및 이해할 수 있다. 즉, 다수의 한국인이 영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미 생활에서 많이 접하여 친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암묵적인 ‘영어를 웬만큼은 안다.’라는 분위기 때문일까? 우리는 현재 우리 고유의 한글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아파트 이름을 영어로 지어야 집값이 오른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에서 9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1천 명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한 결과, 아파트 이름을 직접 결정할 경우의 선택을 묻자 20대에서는 ‘우리말 이름의 아파트’를 꼽은 비율이 32.0%였지만. 60대에서는 72.4%에 달했다. 또, 20대의 경우 영어/외국어 이름의 아파트를 선택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20대의 경우, 영어/외국어 이름의 아파트를 선택한 이유로 ‘고급스럽다.’. ‘가격이 비싸 보인다.’ 등의 이유가 있었다. 

  심지어 아파트의 이름들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영어 단어 하나만 쓰는 것이 아니라 조합을 해서 쓰거나 단어의 앞자리를 따서 새로운 단어를 창조하는 등 갈수록 이름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뜻마저 한눈에 파악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센트레빌, 롯데캐슬 에듀포레 등이 있다. 센트레빌은 ‘중심’을 의미하는 ‘Centre’와 ‘마을, 시’를 의미하는 ‘Ville’의 합성어이다. 또, 롯데캐슬 에듀포레는 롯데 기업에서 출시한 아파트 브랜드인 롯데캐슬에 ‘교육’이라는 의미인 ‘Education’의 앞자리와 ‘숲’이란 뜻을 가진 ‘Forest’의 앞자리를 합성한 단어이다. 


  이는 영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의 경우 3개의 언어가 혼용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아델리체(Adeliche)는 ‘고귀한’이란 의미인 스페인어 아델리오(Adelio)와 ‘귀족’, ‘품격’을 나타내는 독일어 아델(Adel), 그리고 ‘소중히 하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체리쉬(Cherish)를 결합한 단어이다. 

  일상생활 속 무의미한 영어 남용.

출처 : 머니투데이
일부 신형 버스에 부착된 하차벨(왼쪽)과 기존 하차벨(오른쪽)


  위의 사진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버스 하차벨이다. 신형 버스의 빠른 보급으로 오른쪽 기존 하차벨만큼이나 왼쪽 최신 하차벨 또한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른쪽 기존 하차벨과 달리 왼쪽 최신 하차벨의 경우, ‘STOP’ 문구 외에는 한글 표시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젊은 세대는 STOP의 의미를 일일이 해석하지 않더라도 쉽게 하차벨임을 인식할 수 있지만, 중‧노년층으로만 가더라도 이를 하차벨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뿐만 아니라, 식당 메뉴판에 메뉴들을 영어로만 표기하거나, 자치단체가 설치한 공원 내 운동기구 옆 설명 안내문에 적힌 영어 단어(예를 들면, 레그프레스, 스텝사이클 등), 대형 마트에서 계산대를 Cashier로만 표기하는 모습 등 우리는 너무나 쉽게 영어가 우대되는 모습을 목격한다. 



  인사동 등 한국적인 분위기로 유명한 관광지는 가게 이름도 한국어로 표기한다. 인사동 스타벅스(Starbucks)의 경우, 간판에 카페 이름을 한글 ‘스타벅스’로 표기한다. 화장품 업체인 이니스프리도 인사동에서는 영어 ‘Innisfree’가 아닌 한글 ‘이니스프리’로 표기한다. 한국적 분위기에 맞추어 한글을 이용한 마케팅이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해외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처음 온 국내 관광객들 또한 이런 한글 마케팅에 어색해하고 신기해한다. 하지만 한국어가 모국어인 나라에서 이런 놀라워하는 반응은 모순적이기까지 하다.


  최근 도쿄 올림픽을 시청하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국 선수들이 동시에 여러 종목에서 경기를 할 경우, 인기 종목을 생방송으로 중계하고 비인기 종목을 결과가 나온 후 중계한다. 이것을 지연 중계라고 하는데, 공중파 방송 3사 모두 이런 지연 중계를 ‘Delay’로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은 개최될 때마다 국민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시청자층은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노년층까지 넓게 퍼져있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 3사는 ‘지연 중계’라는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어 대신 영어 ‘Delay’로 표현하는 것을 선택했다.



  인간 소외를 유발하는 외래어 남용

  먼저, 외래어 남용은 국민의 알 권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아파트 외래어 이름 사례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지적되어왔던 문제이다. 실제로 노년층의 부모님들이 자녀들이 사는 아파트에 방문하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외래어로 된 아파트 이름이 어려워서 사는 곳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전해져 오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많이 사용되는 외래어에 익숙한 세대는 단연 젊은 세대일 것이다. 기업의 마케팅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삶에서 외래어가 당연해지다 보니 젊은 세대들은 이런 알 권리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외래어가 익숙하지 않은 중‧노년층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것마저 놓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외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로 이어진다. 즉, 외래어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에선 외래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한글을 지키기 위한 노력 

  가장 기초적인 노력은 외래어를 한글로 순화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국립국어원에서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 등과 같이 일본식 발음의 외래어를 올바른 한글 표기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외래어를 한국어로 순화하여 주기적으로 순화된 단어들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생활로 이 단어들을 끌어오기 위해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들의 작은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파급효과가 큰 노력은 ‘방송’일 것이다. 적어도 공영방송인 KBS에서만큼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고 순화된 한글을 사용해야 한다. 또, 시청자가 많은 프로그램의 전후에 이런 순화된 한글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 영상을 삽입하여 자연스럽게 한글이 스며들게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집단적인 변화의 움직임도 필요하지만, 실생활에서 적용하며 사용할 우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SNS, 유튜브 등 대면 소통보다 비대면 소통이 많이 늘어나 단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일이 더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단어 사용에 있어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그 단어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작은 노력도 절대 외면당하지 않아야 한다.



 이쯤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외래어 사용을 절대적으로 배척하는 것이 아닌 최소화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외래어를 사용해 오면서 이미 대다수에게 한글보다 더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외래어가 존재한다. 이미 우리 사회에 정착한 외래어를 억지로 한글로 순화시키는 것은 단어 사용에 부담감만 증가시킬 뿐, 전혀 한글 사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오래 사용하여 대다수 사람이 인지하고 이해하는 외래어를 억지로 한글로 순화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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