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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노동자의 인간존엄성을 보장해야···

사회 문화

by 코끼리코라우 2021. 8. 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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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노동자의 인간존엄성을 보장해야···


 선플기자단 3기 김효지


 당시 서울대 청소노동자였던 50대 여성 이모씨는 지난달 26일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안은 급성심근경색으로 경찰은 숨진 이씨에게 극단적 선택이나 타살 혐의점은 보이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유족과 노동조합(노조) 측은 전날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가 생전 서울대 측의 갑질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게 과연 갑질?···갑질 놓고 의견 갈려

 고인이 근무했던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의 안전관리팀장 A씨가 이모씨를 포함한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시험문제를 내고 회의 참석용 복장을 따로 정했다는 데는 학교와 노조 측 모두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행위를 '직장 내 갑질'로 판단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학교 측은 시험을 직무와 관련된 교육의 일종으로 볼 수 있고, 회의 복장도 작업복이 아닌 '퇴근 복장'을 의미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규정들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감점한다는 것과 고인의 옷을 보고 '통과'라고 말한 것은 모두 농담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 측은 이러한 행위가 청소노동자에게 심적인 압박과 모욕을 주는 갑질이라고 주장해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청소업무를 하는 사람에게 영어시험을 보게 하는 건 모욕이다"라는 주장에 "마음에 안 드는 시험을 보게 하면 다 갑질이냐"라는 반론이 나오는 등의 논박이 이뤄지고 있다. 고인과 같은 처지였던 청소노동자들 역시 갑질 여부에 대한 인식이 제각각이다. 지난 15일 서울대에서 열린 노조·유족 간담회에 참석한 한 청소노동자는 A씨의 언행에 모욕감을 느꼈으며 이를 갑질이라고 언급했지만, 다른 몇몇 청소노동자들은 농담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별 다른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개인별 업무 가치관 차이에서 비롯했다고 해석한다. 윤상우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 규칙은 중간관리자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에게 적용된다"며 "중간관리자의 업무재량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각자 다르게 판단하면서 갑질 여부에 대한 인식도 갈리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가해자의 의도는 갑질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 사항이 아니다. 해당 행위가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어 고통을 유발했는지가 관건"이라며 관리자의 행위가 일반적인 상식선에 맞았는지 따지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열악한 업무환경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까···

  학내 일부 건물에선 청소노동자들이 제대로 휴식할 공간이 마련되어있지 않아 화장실을 쉼터로 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는 2019년 60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청소노동 업무 환경을 대폭 개선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처럼 개선 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현장이 발견되는 가운데 지난달 50대 청소노동자 이모씨가 또 다시 과로 논란을 야기하며 숨지게 되어 학교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받고 있다.

 숨진 청소노동자가 근무했던 925동 기숙사의 열악한 환경이 업무로 인한 과로를 유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바 있다. 1983년 지어진 925동은 학생들도 라디에이터를 이용해 난방하고, 바퀴벌레 등 해충 방제에 신경 써야 할 만큼 시설이 낡아 이전부터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낡은 시설로 인해 청소업무 강도가 다른 건물보다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욕실·세면장 등의 찌든 때와 곰팡이가 잘 벗겨지지 않아 청소 중 손가락을 다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기숙사 청소노동자는 "예전에 925동을 담당했는데 다른 동보다 유난히 힘든 곳"이라며 "누구라도 925동에서 오래 일한다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업무 노동 강도

 동료 B씨는 또 "제일 높은 행정실장 등 여러명이 몰려다니면서 다음날 다다음날까지 검열을 해 상당한 압박으로 느껴졌다. 샤워장이 오래되어 곰팡이가 많고 지워지지도 않는데 검열한다고 하니까 강한 노동 강도로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생전 동료들에게 가장 힘들다고 했던 제초작업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A씨는 "팀장이 업무 외에 건물 밖 제초작업까지 시켰다. 해외 전문가들의 제초 작업 영상을 보여줬는데 전문가의 수준으로 그 정도로 깨끗하길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힘들다는 노동자에게 팀장이 '그럼 인건비 삭감해서 외주 주겠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청소노동자들의 ‘인간다움’을 보장하는 업무 환경을 조성해야···

우리나라 헌법 제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일하다 죽지 않는 것을 넘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업무환경 조성에 힘써야한다. 이번에 서울대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 이씨의 사망 배경에는 한 인간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 환경과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휴게공간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있다. 그들의 인간다움을 전혀 보장해주지 않았다. 여기에 업무와 무관한 시험요구 등 갑질이 더해져 청소노동자들은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받아야했다. 일련의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만약 우리가 그들의 처우 개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또 그들이 사망한 이후에야 뒤늦게 알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생명보호를 넘어 인간다움을 보장해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히 필요하다. 
 
 마이클 샌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이 언급된다. “언젠가 우리 사회는 청소노동자들을 존경하게 될 것입니다. 이 사회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말이죠.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줍는 사람은 의사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 모든 노동은 존엄합니다.” 청소노동자들이 하는 일이 가진 사회적 가치를 우리 모두가 알고 그들의 존엄성을 존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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