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가족 형태,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
대학생 선플기자단 3기 박선영
지난해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는 일본의 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으며 일본에서 아들 젠을 출산했다. 이로써 그녀는 ‘자발적 비혼모’가 됐다. 그녀의 출산 소식은 많은 네티즌을 깜짝 놀라게 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출산 소식을 전하기까지 자신의 임신에 대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으며 임신 중에도 꾸준히 방송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비혼모’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그녀가 자발적으로 비혼모가 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놀라움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시험관 시술 당시부터 출산 이후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였고, 이에 많은 대중들은 그녀의 행보에 응원의 목소리와 지지를 보냈다.
사유리에 대한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반대 운동
사유리 씨는 자신의 아이인 젠과 함께 하는 일상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공개하며 네티즌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런 일상을 바탕으로 인기 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KBS 시청자 권익센터에는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의 출연에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출연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또,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출연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이렇게 온라인상에서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몇몇 사람들의 반대 운동은 계속됐다. 동성애반대교수협회와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은 KBS 신관 앞에서 사유리 씨의 방송 출연을 반대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펼쳤다.
하지만 이는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추지 못하는 움직임에 불과할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정상 가정이라 생각하는,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9.8%로 줄어들었으며, 대신 1인 가구는 30.2%로, 2인 이하 가구는 58.0%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이는 우리 사회에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또, 우리 사회에는 이밖에도 다른 가족 형태가 존재하고 있다. 먼저 구조적 측면에서 본 다양한 가족 형태로는, 한 부모 가족, 조손가족, 소년소녀가장가족, 무자녀가족, 미혼모 가족, 노인 가족 등이 있다. 그리고 가족구성원 특성 측면에서 본 다양한 가족 형태로는, 재혼가족, 입양가족, 다문화가족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자율성을 존중하고 평등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비혼 독신 가족, 동거가족, 동성애가족 등을 찾아 볼 수 있다.
변화하는 가족 인식관
대다수 네티즌은 이런 반대 여론을 오히려 반대하는 즉, 사유리의 행보를 지지하는 분위기였지만, 몇몇 단체 등의 격렬한 반대는 계속되었다. 결국 ‘슈돌’ 강봉규 CP는 “우리나라 한 부모 가구 비율은 7.3%로 급증하고 있으며, 한 부모 가구에 관한 관심과 함께 기존 기혼 가구에만 지원되던 가족 정책도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라며 “사유리 씨의 가정 역시 이처럼 다양하게 존재하는 가족의 형태 중 하나일 뿐이며,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의 축복과 응원을 받고 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서 “최근 다양해지는 가족의 형태의 하나로 사유리 씨의 가족을 보여주고자 한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방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슈돌’은 밖에서 일하는 아빠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방영 시작 당시만 해도 아빠가 육아한다는 인식은 생소했기 때문에, 이런 포맷은 방송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등극하였다. 하지만 오랜 방송 기간만큼이나 변한 가족 구성원에 대한 인식은 방송에 크게 담기지 않아 왔다. 다문화 가정 및 공동육아 가정을 다루기는 했지만, 이 또한 다문화 가정은 백인 다문화 가정에 한정되어 있고, 공동육아 가정은 엄마가 연예인인 경우에만 다룬다는 점에서 한계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유리 씨의 가정은 이 프로그램 내에서뿐만 아니라 여타 방송에서도 볼 수 없는 가정이라는 점에서 혁신적인 변화라는 의의가 있다. 그리고 공중파 방송에서 그녀의 가정을 사실적으로 다루면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긍정적인 인식 또한 높일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사회적 논의 시작 : 변화의 첫걸음
최근 여성가족부는 ‘세상 모든 가족 함께’라는 주제로 제4차 건강가정 기본계획(2021~2025년)을 수립하여 이달 2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이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고 가족 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체계 등을 강화하는 추세에 맞춘 기본계획이다. 사유리의 비혼 출산에서 이번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 만큼,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단독 출산’에 대해 본격적인 정책 검토에 들어갔다. 먼저 이에 대해 국민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하고 현재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혼인·혈연·입양을 통해서만 가족을 형성하는 것을 인정하는 현행 법률도 개정에 들어간다. 따라서 가족의 범위를 규정하는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을 개정해 동거·사실혼 부부, 돌봄과 생계를 같이하는 노년 동거 부부, 아동학대 등으로 인한 위탁 가족과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할 방침이다. 또한, 자녀의 성(姓)을 결정할 때 아버지 성을 우선하는 기존 원칙 대신 부모협의 원칙으로 전환될 것이다. 부부간 협의로 어느 쪽의 성을 물려줄지 정하게 된다.
정책 변화만큼이나 중요한 우리의 인식 변화 : 필요한 것은 따뜻한 시선.
정책적 변화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인식 변화일 것이다. 오랫동안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정책을 집행해왔고, 그만큼 우리는 4인 가족 형태를 기본적인 가족 구성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가족 형태 변화를 포용하지 못한다면 제도 변화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가족 구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시대에 발맞추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숙원이었던 가족 형태에 대한 정책 변화가 이루어진 만큼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에게도 성숙한 태도가 요구된다. 다름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르다고 느끼지 않는 즉, 어떤 가족 형태더라도 동일하게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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