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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법’과 표현의 자유 대립... 현대 사회에 가지는 함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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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코라우 2021. 1. 4.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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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법과 표현의 자유 대립... 현대 사회에 가지는 함의는

 

대학생 선플 기자단 김소이

 

개인의 자유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보편적인 가치이다. 자유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을 만들어나가며 한 사회를 이루고 살아나갈 수 있다. 하지만 자유가 보장되는 범위는 국가, 문화마다, 또는 같은 사회에서도 각자가 세우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일례로 표현의 자유는 명예훼손과 부딪히며 법정 공방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남긴 비판의 말이 당사자에게는 악성 댓글이나 허위 사실로 여겨진다는 해당 글에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반대로 욕설, 위협, 허위 사실 공표 등 폭력적인 의도가 분명한 댓글을 인터넷 속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방치한다면 인터넷 댓글로 인한 수많은 피해자를 낳게 된다.

이처럼 모호한 기준 사이에서 자유를 제한하거나 충족하는 내용의 재판 결과, 관련된 입법은 다른 사례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국민을 넘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두고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북전단법이 표현의 자유를 빼앗나

427 판문점 선언에서는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하고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선언에도 불구하고 민간단체가 지속해서 전단을 살포하자, 북한은 남한이 전단과 관련해서 먼저 선언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남북 연락 사무소를 폭파하기도 하였다.

이후로 진전되지 않는 남북관계에서 국회는 14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하 대북전단법)을 발의하여 전단을 살포하거나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합의서 내용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공동 선언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오히려 미 의회를 포함한 국제 사회는 해당 입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알 권리까지도 침해한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다.

 

미국 의회 산하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점을 우려하며 대북전단법에 대한 청문회를 예고했다. 미 군무부도 우회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정권에 의해 통제된 정보가 아닌 사실에 근거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에 매우 중요하다고 답하며 대북 정보 유입과 결부되는 북한 주민 인권을 강조하였다.

이전부터 미국은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한 핵 협상에서 흥정의 대상이 아니므로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명백히 밝혀 왔으며, 폐쇄된 국가에서 정권에 의해 통제되지 않은 정보에 접근할 권리가 대북전단법에 의해서 침해되고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벨기에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권단체 국경없는 인권역시도 대북전단의 재고를 촉구하는 성명문을 내며 유럽에서도 대북전단법에 대한 파장이 일고 있다.

 

생명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한국 정부

이처럼 인권,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대해 반발하며 통일부를 비롯한 한국 정부는 대북전단법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지만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안전이라는 생명권에 우선할 수는 없고, 이에 따라 표현의 자유도 일부 제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외부 정보가 차단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북중 국경이나 제3국에서의 행위에 대해서는 대북전단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확인하였다. 정부는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입법 취지와 표현의 자유침해 우려 관련한 소통을 이어가며 국제 사회를 설득하고자 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주요한 주장은 대북전단법이 접경 지역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통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는 해당 법이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또한 이로 인해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게 한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와 생명권이라는 쉽게 타협되기 어려운 쟁점 사이에서 대북전단법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대한 반론은 정부가 내세우는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다라는 인과관계가 적절한가이다. 대북 전단을 막으면 북한의 도발 행위를 줄일 수 있다는 전제인데, 이 전제가 확실하지 않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희생하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 정부의 불만에 대응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는 점도 국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어디까지 자유로울까

두 입장의 대립은 계속될 것이다. 전단 살포가 접경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이 되기에 한정적인 표현의 자유 제한이 필요할 수도 있고, 또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고 북한의 인권을 경시하는 법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 국제 사회가 인권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보다 도덕적으로 더 우위에 있다고 할 수도 없으며, 한국에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제정된 법이라는 이유로 해당 법이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쳤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처럼 도덕, 절차의 논리에서 벗어난다면 이는 다시 자유와 이를 제재하는 도구 사이의 대립에서 자라난 또 다른 가지이다.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어떠한 순위로 보장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건설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유를 제한하는 요인이 합리적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공익을 위해 개인의 행동을 제한한다면 그 근거가 실제로 공공의 이익인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것처럼, 최선의 방안으로 결정된 것도 끊임없는 고찰을 통해 합당한 결론을 낼 수 있다. 사안이 필요한 배경과 관련된 근거, 입법의 영향을 헤아리며 개인의 자유, 권리에 대한 고민으로 그릇된 선례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북전단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이러한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이 가질 부작용이나 우리 사회에 가질 함의에 대해서 국내외에서 이야기하는 장을 열게 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은 해당 법안이 더욱 견고해지며 확신 속에서 법의 역할을 다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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